▲<지리교사의 서울 도시 산책:역사 보전의 공간> 책표지.
푸른길
5월 13일 남편과 덕수궁 돌담길을 걸었습니다. 남편과는 오랜만에 걸어본 것인데, 지난날 아이들이나 친구들하고 참 많이 갔습니다. 그래서 워낙 낯익은 곳인데, 얼마 전 '틈나는 대로 궁궐 주변들을 속속들이 다시 걸어보자'고 작정, 그 첫 번째로 덕수궁 일대를 선택했습니다.
5대 궁궐 주변들을 작정하고 걸어보자. 계획하게 된 것은 <지리교사의 서울 도시산책>(푸른길 펴냄)을 읽게 되면서입니다.
고등학교 한 지리교사가 우리나라 5대 궁궐 주변 산책길들을 소개하는 책인데, '그동안 너무 건성건성 보고 다녔구나!' 하는 후회와 아쉬움이 들 정도로 몰라서 못보고 온 것들을 참 많이 알려주고 있기 때문입니다.
책은 창덕궁 인근 계동길을 시작으로 북촌 1경부터 북촌 8경까지, 경복궁 인근 서촌이나 일본식 가옥과 한옥이 공존하는 곳, 인사동과 운현궁과 그 주변, 덕수궁과 정동길, '광화문연가' 속 근대 문화유산들을 만날 수 있는 길 등, 궁궐 주변에 발달한 산책길들, 그곳의 역사와 문화, 현대에 이르기까지의 변화 등을 들려줍니다.
'원서동은 창덕궁 후원의 서쪽에 있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으로, 과거 왕실 일을 맡아 보던 사람들이 드나들었던 작은 길이다.(…) 공방에 들러 전통의 멋으로 재탄생된 상품들을 보면서 골목을 오른다. 공방길의 끝에는 빨래터 하나가 남아 있다. 조선시대에는 창덕궁 돌담을 따라 시냇물이 흘렀고, 당시 궁 밖의 백성들이 궁에서 흘러나온 이 물로 빨래를 했다고 한다. 궁궐 안 신선원에서 여인들이 세수를 하거나 빨래를 할 때 쌀겨와 조두 등을 사용했는데, 이 때문에 뿌연 색을 띤 물이 밖으로 흘렀고, 이 물로 빨래를 하면 때가 잘 져서 백성들이 이 물이 흐를 때 빨래를 했다고 전해진다.' - 27쪽.사실, 책을 통해 만날 수 있는 곳들은 남편과 걸었던 덕수궁 돌담길이나 정동길, 인사동이나 쌈지길, 북촌이나 서촌 등처럼 워낙 유명한 곳들이 대부분입니다. 운현궁의 노안당이나 노락당, 이로당처럼 아마도 그다지 많이 알려지지 않은 곳들도 소개되지만.
그동안 이 책처럼 서울 곳곳을 탐방한 책 몇 권을 읽기도 했습니다. 이런지라 호기심으로 목차를 훑을 때만 해도 '나도 잘 알고 있는 곳들이 대부분'이란 생각에 그다지 끌리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읽기에 앞서 대략 훑어 읽는데 몇 장의 사진과 내용들이 눈을 붙잡았습니다.
'사실 '쌈지길'은 강서구 공항동에 있는 2차선 도로의 이름이기도 한데 인사동에서 더 유명해진 것이다. 다만 인사동에서는 길이 아니라 건물 이름이 쌈지길이다. 그래서 쌈지길을 처음 찾는 방문객들은 거리를 헷갈리기도 한다. 쌈지라는 말은 '주머니'를 뜻하는 순 우리말이고.' - 134족.'정동길은 '서울 근대 박물관'으로도 불린다. 조선 태조 이성계의 계비인 신덕왕후의 정릉이 자리하여 '정동'이라는 이름이 붙여졌다.' -192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