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궁에 있는 키루스 대제 부조
이상기
키루스 실린더에 적힌 내용은 다음과 같다. 바빌로니아를 평화적으로 점령하고 난 키루스는 자신이 페르시아, 메디아, 리디아, 바빌로니아 4개국의 왕, 즉 왕 중의 왕임을 선언한다. 그리고 바빌론을 재건하는 정책을 펼 것을 다짐한다. 그는 또한 사람들의 인권을 존중하고 평화롭게 살도록 할 것을 천명한다. 더 나가 마르둑과 같은 신을 존중할 것임을 밝힌다.
그 때문에 키루스 실린더는 인류 최초의 인권선언, 평화선언, 종교의 자유선언으로 여겨지기도 한다. 그 내용은 다음 세 가지로 요약 정리될 수 있다. 첫째 모든 노예들은 석방되고, 외국으로 끌려간 포로들은 본국으로 송환돼야 한다. 둘째 종족, 언어, 종교에 관계없이 모든 백성은 동등하게 대우받아야 한다. 셋째 파괴된 사원은 복구되어 원래의 영광을 되찾아야 한다.
이 내용을 100% 믿는다면 키루스 대제는 페르시아의 영웅이고, 평화의 사도며, 약하고 가난한 자에게 자비를 베푼 고귀한 인간이 된다. 이러한 개방성과 관용성이 200년이 넘는 아케메네스제국의 역사를 가능케 했을 수도 있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 키루스 실린더가 정치적 이데올로기로 이용된 측면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