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군 내무반의 풍경. 우리 군 내무반도 최소 이런 내무반으로 변모해야 하는 거 아닐까?
팬저의 국방여행
우리 군은 2004년부터 2012년까지 7조 원가량을 들여 생활관 현대화 사업을 완료했다고 했다. 그러나 지금도 수십여 명이 한 내무반에 지내는 경우가 태반이고, 주위 입영했거나 전역한 후배, 친구의 얘기를 들어보면 여전히 장판 위에 다닥다닥 붙어 자는 장병도 수두룩하다. 주한미군에서 시행 중인 2인실엔 못 미치더라도 병사의 건강과 최소한의 사생활(이 부분에 관해서도 나중에 후술할 것이다)을 위해 생활관 현대화에 더욱 진력할 필요가 있다.
항간엔 시설 개선을 하면 군대가 풀어질 것이란 말을 한다. 어림 턱도 없는 소리라고 생각한다. 군기를 시설에 의존하는가? 훈련할 땐 충실히 하고, 지내는 공간만큼은 인간답게 살아가도록 뒷받침해주는 것이 옳은 방향 아니겠는가. 군인이라고 해서 열악한 환경에 지내야 한다는 당위도 터무니없고, 시설이 좋아진다고 전투력이 약화됐다는 얘기도 실체가 불분명할 뿐이다.
휴일에 손 꼽을 좋은 점, '3분 통화'군필자라면 당연한 얘기처럼 들릴지 모르겠지만 훈련병들에겐 일요일은 쉬는 날이 아니다. 공식적으로 훈련을 실시하진 않지만, 각종 명목으로 훈련병들을 가만히 내버려 두지 않는다. 우선 '클린 데이'라고 해서 복도와 창문을 청소하고, '일광 소독'을 위해 동이불과 베개를 바깥에 내놔야 한다. 수백여 명이 동시에 내놓다 보니 나중에 이불과 베개를 찾을라치면 남의 것과 섞이기 일쑤다.
오후엔 내무반에 비치된 TV로 정훈 수업을 받는다. 정훈 내용은 '위대한 대한민국'과 같은 치적의 내용이다. TV는 정훈 수업 외엔 틀 수도 없고, 설령 조교의 눈을 피해 잠시 틀어도 중앙에서 회선을 막는 바람에 볼 수가 없다.
그렇다고 잠시도 누울 수 없다. 내무반에선 취침 시간을 제외하고 눕는 것을 엄격하게 금지한다. 드러누웠다간 조교로부터 "군기가 벌써부터 빠졌네"를 들으며 고통스런 기합을 받는 건 당연지사였다. 식후에 밥을 먹고 졸릴 때면 눈치를 보다가 잠시 드러눕는 훈련병도 있지만 그게 어디 쉬운가. 군화 발소리가 들릴라치면 공포의 반작용으로 십중팔구는 잽싸게 일어났다.
5월 25일은 석가탄신일이었으나 '필수 암기 사항'이라고 해서 상관의 관등 성명을 모두 외워야 하는 날이었다. 소대장, 중대장, 대대장부터 국군통수권자인 대통령의 성함에 이르기까지, 관등성명 전부를 숙지하란 명령에 거듭 외워야 했다.
휴일에 좋은 점은 있었다. 통화를 할 수 있었다. 그러나 주어진 통화 시간은 컴퓨터를 부팅시켜 인터넷을 킨 뒤, 사이트에 로그인하는 시간에 필적할 수준이었다. 오직 3분. 그나마 휴일에만 연락이 가능한데, 이 3분은 통화가 성사되는 데 연결하는 시간도 포함된 것이라 실제 통화 시간은 2분 남짓에 불과했다. 수화기까지 당도하는데도 떠드는 훈련병과 엮여 단체 기합을 받는 등 평탄하지만은 않았다.
(* 다음 기사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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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김도균 기자입니다. 어둠을 지키는 전선의 초병처럼, 저도 두 눈 부릅뜨고 권력을 감시하는 충실한 'Watchdog'이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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