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그림. 슬픈 댄디라이언.
책속물고기
댄디라이언이 빠진 가드너 선생님 반은 깔끔하게 정돈된 모습으로 되돌아갔어요. 하지만 아이들은 댄디라이언의 환하게 빛나는 노란색 얼굴이 보고 싶었어요. 폴짝폴짝 뛰고 신나게 다니던 모습이 그리웠어요. 물을 엎지르고 교실을 지저분하게 만들었던 것까지도요. (24쪽)댄디라이언은 학교에서 따돌림을 받지 않습니다. 그러나 선생님한테도 동무들한테도 서운하거나 섭섭하구나 싶은 말을 듣습니다. 댄디라이언은 민들레 머리털을 하나로 묶어 보기도 합니다. 이 머리털을 잘라 볼까 하고도 생각하며 눈물을 짓습니다. '내가 나로 있을 수 없다'는 대목에 슬퍼서 더는 학교에 갈 마음이 들지 않고, 더는 누구랑 어울리고픈 생각이 나지 않습니다.
댄디라이언이 집에서 슬프게 보내는 동안, 학급은 학급대로 매우 조용하면서 차분합니다. 이제 댄디라이언이 없는 학급은 '예전처럼' 깔끔하고 조용하며 차분합니다. 구김살이 없고 가지런합니다. 모든 일을 차근차근 하고, 시간표에서 조금도 어긋나는 일이란 없습니다. 그런데 댄디라이언이 없는 학급에서는 이제 '싱그러운 기운'이 사라집니다. 웃음도 사라지고 노래도 사라져요. 춤도 놀이도 사라져요. 모두들 '수업 진도를 얌전히 나갈' 뿐입니다.
그림책 <민들레 사자 댄디라이언>은 '다름'이 무엇인가를 넌지시 묻습니다. 이러면서 우리가 '서로 모여서 배우는 즐거움'이란 무엇인가를 차분히 묻습니다. 여기에 우리가 '슬기로이 어우러지는 평등이나 평화'란 무엇인가 하고 조용히 물어요. 덧붙여 '동무나 이웃을 아끼는 마음'은 어떻게 가꾸거나 다스릴 적에 서로 아름다울 만한가 하고 찬찬히 묻지요.
우리 스스로 다름을 '어디까지' 받아들이는 삶일까 하고 묻는 그림책입니다. 어디까지는 되고 어디까지는 안 된다는 금이나 틀을 누가 어떻게 왜 세우는가 하고 묻는 그림책이기도 해요.
우리는 댄디라이언처럼 모두 노란 옷을 입어 볼 수 있을까요? 우리는 댄디라이언처럼 모두 노란 머리가 되어 볼 수 있을까요? 그리고 댄디라이언도 우리도 함께 빨간 머리나 파란 옷이 되어 볼 수 있을까요? 우리는 모두 다른 옷이며 머리이며 마음이며 생각이며 꿈을 키우는 다 다르게 아름다운 길을 걸어 볼 수 있을까요?
민들레 사자 댄디라이언
리지 핀레이 글.그림, 김호정 옮김,
책속물고기,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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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꽃(국어사전)을 새로 쓴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를 꾸린다. 《쉬운 말이 평화》《책숲마실》《이오덕 마음 읽기》《우리말 동시 사전》《겹말 꾸러미 사전》《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시골에서 도서관 하는 즐거움》《비슷한말 꾸러미 사전》《10대와 통하는 새롭게 살려낸 우리말》《숲에서 살려낸 우리말》《읽는 우리말 사전 1, 2, 3》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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