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홋카이도
정누리
카레라는 요리는 참 신기하다. 이름은 모두 '카레'인데, 수만 가지의 새로운 모습이 있다. 일본, 한국, 인도만 봐도 그렇다. 난과 찍어먹기 딱 좋은 농도의 진한 인도의 카레도 매력적이고, 딱히 먹을 것이 없을 때 부담 없이 밥 한 그릇 비벼 먹을 수 있는 한국 카레도 좋다. 갓 튀긴 치킨 가라아게를 넣어 밥과 함께 떠먹는 일본 카레도 그 개성이 대단하다. 그리고 카레는 홋카이도에서 또 색다른 옷을 입고 등장하였다. 그 이름은 바로 '스프카레'다.
여행을 하다 보면 식사시간을 제대로 못 지킬 때가 많다. 이날이 그러했다. 저녁시간을 놓쳐 배가 등가죽에 붙은 상태였다. 발은 퉁퉁 붓고, 배는 고프고, 딱히 정해놓은 음식점도 없고…. 스프카레의 존재는 알고 있었지만, '무슨 일본까지 와서 카레를 먹나'라는 생각을 했었다. 하지만 배가 계속 꼬르륵거리자, 일단 이거라도 먹어야겠다는 생각에 나는 음식점을 들어갔다.
생각보다 긴 줄, 분주한 직원들, 손님으로 꽉 찬 식당이 나를 일단 놀라게 했다. 그리고 스프카레가 내 눈 앞에 등장했을 때, 나는 입 밖으로 탄성을 내뱉을 수밖에 없었다. 커다랗고 둥근 그릇에 묽고 진한 육수가 담겨있고, 갓 볶아 올린 각종 야채들, 그리고 큼지막한 닭다리 하나…. 미친 듯한 배고픔에 나는 바로 육수를 후루룩 흡입했다.
어쩜 그렇게 호박이 바삭할까? 어떻게 가지에서 고소한 감자 맛이 나는 걸까? 당근이 어찌 이렇게 부드러울까? 감자가 어떻게 이리도 달달할 수 있을까? 닭다리가 어떻게 이렇게 오동통하니 쫄깃할까? 홋카이도 거주민들이 이 스프카레를 힐링푸드(healing food)라 일컫는다는 말이 생각났다. 아, 음식에게는 정말 사람을 치유하는 능력이 있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