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둘레길 수락-불암산 코스
유혜준
나의 선택은? 어차피 걸으러 나섰으니 걸어야지. 원래 구간만 걷고 보조구간만 따로 걸으러 오는 일 따위는 절대로 없을 테니까. 걷지 않고 남겨두면 두고두고 찜찜할 테니까.
하지만 걷기 초보자들에게는 그다지 권하고 싶지 않다. 산길을 오르내리면서 8~9시간을 걷는 건 결코 만만하지 않기 때문이다. 굳이 보조구간까지 걷고 싶다면 서울둘레길의 다른 코스들을 먼저 걸으면서 다리 힘을 키운 뒤에 도전하라고 권하고 싶다. 나도 화랑대역을 1km쯤 남겨두고 허벅지 근육이 뻐근해져서 숨 고르기를 하며 천천히 걸었기 때문이다.
5월 날씨는 봄과 여름 사이를 정해진 규칙 없이 널뛰기를 한다. 어떤 날은 봄날처럼 다소곳하다가 어떤 날은 한여름을 방불케 할 정도로 뜨거운 열기를 뿜어낸다. 지난 17일은 여름의 열기를 느낄 수 있는 날이었다. 이런 날, 숲속으로 이어지는 산길을 걷는 건 축복이다. 나뭇잎을 흔들면서 지나가는 시원한 바람을 고스란히 온몸으로 맞을 수 있기 때문이다.
서울둘레길 1코스는 도봉산역 2번 출구에서 시작된다. 코스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길은 수락산을 지나 불암산으로 이어진다. 산과 산이 자연스레 이어지니 걸으면서 오랜 시간동안 삼림욕을 할 수 있다. 특히 불암산은 서울둘레길이 아닌 강원도의 울창한 숲속에 와 있는 것 같은 생각이 들 정도로 숲이 우겨졌다.
참, 서울둘레길은 스마트폰용 앱이 있다. 서울둘레길에 대한 설명과 코스별 정보, 지도 등이 자세하게 나와 있다. 길을 잃었을 때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다. 앱이 없더라도 길 안내 리본과 표지판이 잘 돼 있어 길을 잃을 염려는 하지 않아도 된다. 단, 걷다가 잠시 다른 생각을 하면 길에서 벗어날 가능성은 언제든지 있으므로 주의. 이런 충고는 늘 경험에서 비롯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