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구안
강제윤
한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항구로 꼽히는 통영의 강구안항이 파괴될 위협에 처해 있다. 414억의 예산으로 마산지방 해양수산청이 설계하고 경남 통영시가 시행하는 '통영항 강구안 친수 시설 공사' 때문이다. 마산 해수청과 통영시는 오는 6월부터 강구안 어항에서 어선들을 쫓아낸 뒤 '관광미항'을 만드는 공사를 시작할 예정이다.
마산해수청은 "강구안이 미항이 아니라서 관광객 집객에 역할을 못하기 때문에" 공사를 시행한다고 밝혔다. "강구안에는 500여 척 어선이 무질서하게 정박해 관광미항 이미지를 훼손하고 있으므로 어선들을 없애고 친수관광 미항으로 기능을 전환, 관광객에게 새로운 문화·휴식공간을 제공해 관광객들을 유치하겠다"는 것이다.
참으로 황당한 사업이 아닐 수 없다. 어항이 어선들을 위해 존재하는 것이지 관광객을 위해 존재하는 것인가? 그런데 어항에서 어선들을 쫓아내고 관광객을 위한 놀이터를 만들겠단다. 게다가 동피랑 벽화마을 아래 중앙시장에 인접한 강구안 일대는 사람에 치일 정도로 인파가 몰려들고 도로가 주차장이 될 정도로 관광객이 많아서 문제다. 그런데 관광객 집객이 얼마나 더 필요하단 말인가. 공사가 시작되면 강구안 어항에서는 어선들이 사라진다. 어선들이 정박하던 자리에는 수변데크길과 수변무대, 분수대 등이 들어선다. 이게 어항인가.
또 바다에서 막 잡아 온 수산물을 바로 앞의 중앙시장 상인들에게 공급하던 선상 파시(어항에서 열리는 생선 시장)의 풍경도 사라지게 된다. 500여 척이나 되는 어선들이 드나들며 파시를 연출하는 역동적인 풍경은 어느 항구에서도 찾아보기 어려운 명물이다. 그래서 다른 지역에서는 관광 상품을 만들기 위해 오히려 어선들을 유치하려 애쓰기도 한다. 그런데 수백억 원을 들여 스스로 찾아드는 어선을 쫓아버리겠다니 참으로 기막히다.
어선들이 사라진 텅 빈 강구안 주변에 데크길 만들면 관광미항이 된다는 것인가. 무엇보다 중요한 사실은 강구안이 태풍에도 안전해 다른 도시의 어선들까지 피항을 올 정도로 최고의 대피항이란 점이다. 이 공사는 대피항을 파괴하는 사업이다. 또 강구안은 조선시대 이순신 장군이 창설한 삼도수군통제영의 8전선과 거북선이 상시 정박했던 곳이고 조선 정예 수군 3만 명이 주둔하며 나라를 지켰던 역사적 공간이기도 하다. 이런 강구안항에서 역사 흔적을 지우고 어선들을 내보낸 뒤 수변 공원을 만들겠다는 것이다. 이 사업은 그저 '관광'이란 탈을 쓰고 자행되는 토건사업일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