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은 안 위험해요. 우리 생각을 바꿔 보아요.
최종규
어버이한테 팔이란사람은 팔이 있어서 여러 가지 일을 합니다. 꼭 팔이 아닌 발을 써서도 일을 하는데, 하루를 가만히 돌아보면, 팔로 호미를 쥐어 땅을 쪼고, 낫을 쥐어 풀을 벱니다. 삽을 쥐어 땅을 파고, 칼을 쥐어 도마질을 합니다. 밥을 짓고, 설거지를 하며, 빨래를 해서 널고 걷고 개지요. 짐을 들어 나르고, 아이들 이마를 쓸어넘겨요. 아이들을 씻기고, 어버이인 내 몸을 씻습니다. 비질을 하고 걸레질을 합니다. 행주질을 합니다. 설거지를 마치면서 개수대를 슥슥 비벼서 물때를 벗겨요. 글을 쓰거나 책을 읽어요. 자전거 손잡이를 쥐고 달려요. 마을에서 보름에 한 차례씩 마을 어귀 빨래터 물이끼를 슥슥 수세미로 밀어서 벗깁니다. 바야흐로 저녁을 차리고서 팔에 힘이 다 빠지네 싶으면서 지끈지끈합니다. 아이들은 저녁을 먹고 나서 기운이 더욱 도니 더 신나게 놀고 싶습니다. 어버이는 나이를 먹을수록 더욱 팔심을 가다듬으면서 이것저것 건사해야지 하고 느낍니다. 네 식구 나란히 곯아떨어질 무렵까지 씩씩해야지요.
안 위험해요, 즐겁지요아이들이 논둑을 타든 담벼락을 타든 안 위험해요. 어른들이 "위험해!" 하고 말을 터뜨리기에 그때부터 위험해요. 아이들은 다치는 적이 없어요. 어른들이 "다칠라!" 하고 말을 내뱉기에 그때부터 다쳐요. 아이들은 힘드는 때가 없어요. 어른들이 "힘들겠네!" 하고 말을 늘어놓기에 이때부터 힘들어요. 아이들은 못하는 일이 없어요. 어른들이 "못히겠네!" 하는 말을 섣불리 꺼내니 그만 못하고 말아요. 아이들한테 어떤 말을 들려줄 생각인가요? 아이들이 씩씩하고 힘차게 자라기를 바라도록 북돋우려는 생각을 말에 담아서 들려주려는가요? 아이들이 즐겁고 아름답게 크기를 비는 마음으로 말 한 마디를 가려서 이야기하려는가요? 아이들은 언제나 '즐겁'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