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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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정보전달과 표현의 과정에서 언론(인)이 실수하면 곧바로 사과하고 원인을 치유하는 것이 우선이다. 그런데 실수를 인정하고 해명하는 과정에서까지 공인으로서 품격이 떨어지는 감정을 드러냈다고 하여 꼬투리를 잡아 이를 진보언론 전체 또는 진보진영으로 확대시켜 매도하는 건 매우 위험하다.
단적인 사례로 시사주간지 <한겨레21>이 지난 14일 문재인 대통령 얼굴 사진이 실린 표지를 페이스북에 공개하면서 많은 누리꾼들은 집중적인 성토와 비난을 쏟아 부었다. 해당 언론사 간부와 누리꾼들 간에 설전으로 비화됐고, 급기야 이 문제가 <한겨레> 또는 다른 진보언론들까지 표적이 되어 비난의 화살세례를 받는 형국으로 번지고 있는 것은 진보의 건강성을 해치는 심각한 행위나 다름없다.
SNS 상에서 갈수록 진보언론에 대한 공격적 표현들이 거칠어지면서 결국 '진보혐오'라는 말까지 등장할 정도니 누구를 위한 논쟁인지 걱정과 우려가 앞선다. 조기 대선을 치르는 과정에서 불거진 진보언론 폄하논란과 최근 진보언론과 관련된 혐오논란을 보면 마치 '거울 자아(looking glass self)'이론을 연상케 한다.
미국의 사회학자 찰스 쿨리 (Charles H. Cooley)가 제시한 개념인 '거울 자아'는 거울 속 자신을 보는 것처럼 다른 사람들이 바라보는 나의 모습, 혹은 다른 사람들이 나에게 기대한다고 생각되는 그 모습을 내 모습의 일부분으로 흡수하여 자아상을 형성해 가는 것을 의미한다.
다시 말하면 다른 사람이 나의 행동을 긍정적으로 인정해 주면 이를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게 되지만, 부정적으로 평가한다고 느껴지면 내 자아상도 부정적이 된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타인의 의견에 반응하면서 '사회적 자아'가 형성된다는 개념이다.
이런 현상이 최근 SNS 상에서 자주 나타나곤 한다. 즉, 자신의 글이나 자신이 지지하는 성향의 사람의 글에 대해 방문한 사람들이 올린 댓글이나 피드백을 보고 점점 그들의 기대에 부합하려는 방향으로 행동하게 되는 것도 바로 이 거울 자아 현상의 일종으로 볼 수 있다.
건강한 진보, 집단지성의 힘으로 거듭나야 언론이 사회적 기능을 다하지 못하면 비난과 비판을 받는 건 당연하다. 국민의 알권리를 외면하고 자사의 이익에 급급한 나머지 강자에 약하고 약자에 강하다는 소릴 듣는다면 그건 언론이 아니라 권력에 다름 아니다. 그런데 편집과정의 소소한 실수나 말꼬리를 트집 잡아 무차별 공세를 취하는 것은 민주언론을 갈망하는 시민으로서 바람직하지 못하다.
무엇보다 새 정권이 조속히 수행해야 할 언론개혁 정책들이 헛돌지 않을까 우려된다. 이명박-박근혜 정부시절 내내 정권에 장악돼 권력의 편에 서서 국민의 알권리와는 거리가 먼 의제를 취급해 비난을 줄곧 받아 온 공영방송사의 시스템 개선, 종편에 대한 지나친 특혜구조 개선 등은 촛불대선 정국에서 거의 모든 진보진영 후보들이 약속한 바다.
특히 문재인 대통령은 적폐청산과 함께 나락에 빠진 공영방송의 지배구조 개선 등 언론의 정상화 정책에 앞장서겠다고 수없이 다짐하고 공언해 왔다. 그런데 대선 이후 진보진영 내부에서조차 진보언론을 폄훼하는 현상으로 치닫는 모습이 안타깝기만 하다.
자칫 진보진영 전체가 그릇된 '거울 자아' 현상에 빠져 서로가 서로를 헐뜯는데 힘을 소진하면 적폐청산과 언론개혁은커녕 과거 노무현 정부 시절, 언론과 정부의 적대관계로 회귀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으로 내몰릴 수 있다.
힘을 합쳐도 모자랄 판국에 분열의 틈새를 보이는 순간 개혁의 칼 날 앞에서 바짝 움추러든 적폐세력과 그 세력을 비호해 온 보수언론들이 웃을 것이 자명하다. 그동안 광장에서 촛불을 들고 우리는 숱하게 외쳐오지 않았던가? "적폐청산", 그리고 "죽 쑤어 개주지 말자"고.
그동안 우리는 험난한 정치상황에도 집단지성(collective intelligence)을 발휘하며 성숙한 시민의식을 촛불혁명으로 전 세계에 떨쳐왔다. 촛불시민혁명은 위대한 집단지성의 원천이다. 그릇된 거울 자아를 깨고 다시 집단지성의 힘을 합쳐 건강한 진보언론, 건강한 진보세력으로 거듭나도록 서로 배려하며 힘을 합쳐 나가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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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가 패배하고, 거짓이 이겼다고 해서 정의가 불의가 되고, 거짓이 진실이 되는 것은 아니다. 이성의 빛과 공기가 존재하는 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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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언론 궤멸시키고 보수언론과 함께 적폐청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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