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18일 오전 광주 5.18 광주민주화운동 37주년 기념식장에서 1980년 항쟁 기간 동안 아버지를 잃은 김소정씨를 포옹하는 모습.
SBS 화면캡처
"부산에서 변호사로 활동하던 저도 다르지 않았습니다. 저 자신도 5·18 때 구속된 일이 있었지만 제가 겪은 고통은 아무것도 아니었습니다. 광주의 진실은 저에게 외면할 수 없는 분노였고, 아픔을 함께 나누지 못했다는 크나큰 부채감이었습니다. 그 부채감이 민주화운동에 나설 용기를 주었습니다. 그것이 저를 오늘 이 자리에 서기까지 성장시켜준 힘이 됐습니다.마침내 오월 광주는 지난겨울 전국을 밝힌 위대한 촛불혁명으로 부활했습니다. 불의에 타협하지 않는 분노와 정의가 그곳에 있었습니다. 나라의 주인은 국민임을 확인하는 함성이 그곳에 있었습니다. 나라를 나라답게 만들자는 치열한 열정과 하나 된 마음이 그곳에 있었습니다.
저는 이 자리에서 감히 말씀드립니다. 새롭게 출범한 문재인 정부는 광주민주화운동의 연장선 위에 서 있습니다. 1987년 6월항쟁과 국민의 정부, 참여정부의 맥을 잇고 있습니다. 저는 이 자리에서 다짐합니다. 새 정부는 5·18 민주화운동과 촛불혁명의 정신을 받들어 이 땅의 민주주의를 온전히 복원할 것입니다. 광주 영령들이 마음 편히 쉬실 수 있도록 성숙한 민주주의 꽃을 피워낼 것입니다."5.18의 부채감을 느꼈던 민주시민으로서, 인권변호사로서, 그리고 이제는 "민주주의의 꽃을 피워내겠다"는 대통령으로서, 문 대통령의 개인적 고백이 담긴 기념사는 절절함이 묻어날 수밖에 없었다.
그와 더불어 문 대통령은 "새 정부는 5·18 민주화운동의 진상을 규명하는 데 더욱 큰 노력을 기울일 것"이라며 구체적인 방안까지 제시했다. ▲헬기 사격까지 포함한 발포의 진상과 책임 규명 ▲5·18 관련 자료의 폐기와 역사왜곡 방지 ▲전남도청 복원 문제 관련 광주시와 협의·협력 ▲5·18 정신을 헌법전문에 담겠다는 공약 이행 등이 그것이다. 특히 "5·18 정신을 헌법 전문에 담아 개헌을 완료할 수 있도록 이 자리를 빌려서 국회의 협력과 국민 여러분의 동의를 정중히 요청 드립니다"라는 대목에선 많은 박수가 터져 나왔다.
또 문 대통령은 "오늘의 제창으로 불필요한 논란이 끝나기를 희망"한다며 9년 만에 5.18 기념식에서 제창된 '임을 위한 행진곡'의 의미를 되새기며 그간의 지난했던 논란까지 종식시켰다. 끝으로 2017년의 촛불을 광주정신으로 연결시키는 것도 잊지 않았다. "민주주의를 지켜낸 광주정신은 그대로 촛불광장에서 부활했다"는 문 대통령은 "숭고한 5·18 정신은 현실 속에서 살아 숨 쉬는 가치로 완성될 것"이라며 기념사를 끝맺었다.
기념식 직후 소셜미디어와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명기념사'라는 찬사가 터져 나올 만했다. 요약하자면, '광주 5.18 정신'을 분명히 하는 한편 유족들과 영령들을 위로하고 향후 이행해야 할 관련 사항들을 적시했다. 또 세월호 참사까지 연결시키며 국가의 책임을 다시 한번 강조하는 동시에 '광주정신'이 '촛불광장'으로 계승됐음을 선언했다. "이보다 더 좋을 수 없는" 기념사라 할 만했다.
그리고, 문 대통령과 국민들의 눈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