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상청 누리집. 거의 모든 곳에 '날씨'를 쓰는데, 막상 기관 이름은 '날씨청'이 아닌 '기상청'인 모습을 아이들한테 어떻게 이야기를 해 주면 좋을까요? 사전을 찾아보면 '기상'은 '날씨'로 고쳐쓰라고 나오지만, 정작 어른들은 기관 이름을 알맞게 고쳐 주지 못합니다.
기상청
정부에서는 '기상청'이라는 곳을 두고 '기상대'를 세웁니다. "기후 변화"나 "온대 기후" 같은 말을 사회에서 널리 씁니다. 이처럼 쓰는 말마디는 아직 어쩔 수 없이 이대로 쓰는 길이 나으리라 생각합니다. 다만 한국말사전에서는 말뜻과 쓰임새를 알맞게 보여주면서 앞으로 한국사람 스스로 한국말을 새롭게 가다듬도록 도울 만한 틀을 잘 밝힐 수 있어야지 싶어요. 무엇보다 '날씨·철' 두 낱말을 꼼꼼히 살펴서 제대로 말풀이를 붙여 줄 노릇입니다. 이러면서 '기후'가 '기상'하고 다른 쓰임새를 단출하면서 뚜렷하게 밝히면 되겠지요.
"기후 변화"는 "날씨 변화"로 손질해서 써 볼 만합니다. "온대 기후"를 "온대 날씨"로 손질해서 써 볼 수 있을 테지요. "날씨가 더운 곳에서 왔구나"라든지 "날씨가 따뜻한 곳이 좋아"라든지 "날씨가 추운 나라입니다"처럼 흔히 씁니다. 이때에 '날씨'는 바로 '기후'를 가리켜요.
'날씨'는 '날 + 씨'이고, '-씨'는 "어떠한 모습이나 결이나 몸짓"인가를 나타낼 적에 붙여요. '바람씨·마음씨' 같은 낱말이 한국말사전에 나오지요. 한국말사전에는 아직 '볕씨·빛씨·물씨·해씨·철씨' 같은 낱말은 없습니다. 날을 살펴서 '날씨'이듯, 철을 살펴서 '철씨'라는 낱말을 새롭게 지어서 써 보면 '기후'가 어떤 말결인가를 잘 담아낼 만하지 싶어요.
ㄴ. 선천적·타고나다(표준국어대사전)선천적(先天的) : 1. 태어날 때부터 지니고 있는 2. [철학] = 아 프리오리(a priori)타고나다 : 어떤 성품이나 능력, 운명 따위를 선천적으로 가지고 태어나다(고려대한국어대사전)선천적(先天的) : 1. 태어날 때부터 이미 갖추고 있는 것 2. [철학] 인식이나 경험 따위가 후천적 경험에 의해 얻어진 것이 아니라 이미 부여된 것타고나다 : 선천적으로 가지고 태어나다(북녘 조선말대사전)선천적(先天的) : 성질, 체질, 질병 같은것을 날 때부터 몸에 지닌 곧 타고난 성질의(것)타고나다 : 태여날 때부터 받아지니고 나다북녘 사전은 돌림풀이·겹말풀이에 얽매이지 않습니다만, 남녘 사전은 돌림풀이·겹말풀이에 얽매입니다. "태어날 때부터 지니고(갖추고) 있는" 것을 '선천적'이라고 풀이하면서 '타고나다'를 "선천적으로 가지고 태어나다"로 풀이하면 어떡하나요? 말이 안 됩니다. 더 살펴본다면 "지니고 있는"이나 "갖추고 있는"은 군더더기 말씨이거나 겹말입니다. '지니다·있다·갖추다' 가운데 한 낱말만 골라서 써야 알맞습니다.
'선천적·타고나다'를 더 헤아린다면 굳이 '선천적'에 말풀이를 안 달아도 될 만합니다. 한국말 '타고나다'를 알맞고 바르게 쓰도록 사전이 잘 이끌어 주면 되어요.
(글쓴이가 손질한 새 말풀이)선천적(先天的) : → 타고나다타고나다 : 태어날 적부터 몸에 있다쉬운 말은 쉽게 풀이해 주면 됩니다. 어렵다 싶은 말은 실마리를 차근차근 잡아서 알맞게 풀이해 주면 됩니다.
ㄷ. 변화·변하다·바꾸다·달라지다·갈다·거듭나다다음으로 '변화·변하다'라는 한자말하고 '바꾸다·달라지다·갈다·거듭나다'라는 한국말을 견주어 살피겠습니다. 남녘 사전은 '변화'라는 한자말을 엉뚱하게 풀이하면서 '바뀌다(바꾸다)·달라지다'라는 한국말을 제대로 풀이하지 못합니다.
(표준국어대사전)변화(變化) : 사물의 성질, 모양, 상태 따위가 바뀌어 달라짐변하다(變-) : 무엇이 다른 것이 되거나 혹은 다른 성질로 달라지다바꾸다 : 1. 원래 있던 것을 없애고 다른 것으로 채워 넣거나 대신하게 하다달라지다 : 변하여 전과는 다르게 되다갈다 : 1. 이미 있는 사물을 다른 것으로 바꾸다 2. 어떤 직책에 있는 사람을 다른 사람으로 바꾸다거듭나다 : 지금까지의 방식이나 태도를 버리고 새롭게 시작하다(고려대한국어대사전)변화(變化) : 사물의 모양이나 성질이 바뀌어 달라짐변하다(變-) : (무엇이) 이전과 달라지거나 딴것으로 되다바꾸다 : 1. (사람이 어떤 것을 다른 것으로, 또는 사람이 어떤 것을 다른 것과) 교환하여 대신 가지다 2. (사람이 무엇을, 또는 사람이 어떤 것을 다른 것으로) 이미 있던 것을 치우고 그 자리에 다른 것이 있게 하다 3. (사람이 무엇을, 또는 사람이 어떤 것을 다른 것으로) 내용이나 상태를 고쳐서 전과 다른 것으로 만들다달라지다 : (무엇이) 변하여 형편이나 모습이 전과 다르게 되다갈다 : 1. (사람이 물건을) 사용하던 것을 버리고 다른 것으로 바꾸다 2. (어떤 사람이 다른 사람을) 맡고 있던 직책에서 물러나게 하고 그 직책에 다른 사람을 앉히다거듭나다 : 1. (사람이나 단체가) 긍정적이고 새로운 모습으로 변화하다 2. [기독] (사람이) 원죄 때문에 죽었던 영이 예수를 믿음으로 다시 살아나 새사람이 되다(북녘 조선말대사전)변화(變化) : (사물현상의 성질, 모양, 상태 등이 변하여 다르게 되는것변하다(變-) : 달라지거나 딴것으로 바뀌다바꾸다 : 1. 어떤것을 주고 그 대신 딴것을 받다 2. 본래의것이나 낡은것을 딴것 또는 새것으로 되게 하거나 마들다 3. (낡) 피륙을 사다 4. 말이나 인사 같은것을 서로 주고받고 하다달라지다 : 1. 다르게 되다 2. (사람이) 좋게 변하거나 나쁘게 변하다갈다 : 이미 있는 것을 다른 것으로 바꾸다거듭나다 : 종교적관점에서, 다시 새 사람으로 태여나다'변화'를 "바뀌어 달라짐"으로 풀이하면 이는 어쩌자는 소리인지 알 수 없어요. 도무지 말이 안 되는 말풀이입니다. 남녘 사전은 '바꾸다'를 "다른 것으로 채워 넣거나 대신하게 하다"처럼 '대신(代身)'이라는 한자말을 써서 풀이하는데, '대신하다'는 "어떤 대상의 자리나 구실을 바꾸어서 새로 맡다"를 뜻한다고 합니다. 남녘 사전은 "바꾸다 = 다른 것으로 채워 넣거나 '바꾸어서 새로 맡게 하다(대신하게 하다)'"로 풀이한 꼴입니다.
남북녘 사전 모두 '갈다'를 '바꾸다'로 풀이하니, 이 대목에서도 말뜻이나 말결을 제대로 짚기 어렵습니다. 비슷한 얼거리로 묶을 만한 낱말은 서로 겹치거나 맴돌지 않도록 잘 살피고 가누어야 합니다. <고려대한국어대사전>은 '거듭나다'를 '변화하다'로 풀이하면서 더 뒤죽박죽 말풀이가 됩니다. 남북녘 사전은 모두 '변하다'를 '달라지다'로 풀이하고, '달라지다'를 '변하다'로 풀이하면서 돌림풀이예요.
(글쓴이가 손질한 새 말풀이)변화(變化) : → 바꿈(바꾸다) . 달라짐(달라지다)변하다(變-) : → 바꾸다(바뀌다) . 달라지다바꾸다 : 1. 처음 있던 것을 없애고 다른 것으로 하거나 채우거나 넣다 2. 내 것을 다른 사람한테 주고, 이와 걸맞게 다른 사람 것을 받다 3. 처음 짠 줄거리나 모습이나 흐름을 다르게 하다 (고치다) 4. 이제까지 있거나 쓰던 것을 버리고 다른 것을 두거나 쓰다 5. 어떤 자리에 있는 사람을 다른 사람으로 두다 6. 어느 말을 다른 말로 풀어 놓다 (옮기다) 7. 처음 있던 곳에서 다른 곳으로 가다 (옮기다) 7. 이쪽에서 저쪽으로 가거나, 이쪽에 있던 것을 저쪽에 있게 하다 (차례를 번갈아 하다) 9. 곡식이나 옷감을 돈을 주고 사다 10. 말이나 인사를 서로 하다 (주고받다, 나누다)달라지다 : 처음이나 예전과는 다르게 되다갈다 : 1. 이미 있는 것을 다른 것으로 하거나 넣다 (고치다) 2. 어떤 자리에 있는 사람을 다른 사람으로 두다거듭나다 : 1. 예전 모습을 벗으면서 한결 밝아지거나 나아지다 2. 예전 모습을 말끔히 벗으며 아주 다른 사람이 되다한국말로 생각하는 기쁨이란 한국사람으로서 한국말로 생각을 새롭게 지으면서 삶과 살림을 곱게 짓는 길을 스스로 여는 기쁨이라고 봅니다. 한국을 비롯한 모든 나라에서 풀이나 벌레나 물고기를 살피는 학자마다 제 나라 말로 풀이름·벌레이름·물고기이름을 다 다르게 지어서 붙이려고 하는 까닭을 헤아려 볼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옛날부터 쓰던 이름이 있으면 이 이름을 살립니다. 옛날부터 쓰던 이름이 아직 없다면, 다른 나라에서 새로 받아들인 문화나 문명이나 생태 정보나 지식이라 한다면, 이때에는 나라마다 다 다른 이름을 제 삶터에 맞게 살펴서 이름을 짓습니다. 라틴말로 된 학술이름은 그대로 쓰되, 나라마다 그 나라에 맞게 이름을 다시 짓거나 새로 지어요.
영어로 'weather·climate'가 있다면 한자말로 '기상·기후'가 있을 테지요. 그러면 한국말로는 무엇이 있을 만할까요? 우리가 스스로 말을 찾고 지으며 살릴 때에 우리 삶터가 나아지면서 아름답게 거듭납니다. 스스로 피어나는 꽃이요 스스로 자라나는 말이에요. 말꽃이 피고 삶꽃이 피도록 조금 더 슬기로이 마음을 기울이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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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꽃(국어사전)을 새로 쓴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를 꾸린다. 《쉬운 말이 평화》《책숲마실》《이오덕 마음 읽기》《우리말 동시 사전》《겹말 꾸러미 사전》《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시골에서 도서관 하는 즐거움》《비슷한말 꾸러미 사전》《10대와 통하는 새롭게 살려낸 우리말》《숲에서 살려낸 우리말》《읽는 우리말 사전 1, 2, 3》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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