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가 9일 오후 서울 여의도 자유한국당 개표상황실에서 사실상 패배 승복 발표를 하고 자리를 떠나고 있다.
이희훈
워낙 사건 사고가 잦았던 탓이었을까. 상대적으로 단기간에 치러졌지만 길게 느껴졌던 대선이 드디어 끝났다. 그리고 많은 사람들이 불가능하다고 생각하면서도 내심 우려했던 일은 끝끝내 발생하지 않았다.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는 24%의 지지율을 얻었고 대통령에 당선되지 못했다.
그런데도 홍 후보가 얻은 것이 없는 건 아니다. 비록 간판을 바꿔 달긴 했지만, 사실상 그는 비리 혐의로 탄핵당한 전임 대통령의 소속 정당 후보로 나섰다. 이것만으로도 엄청난 악조건 속에서 선거를 시작한 셈인데, 심지어 후보자 본인도 문제적 행보를 보였다. 홍준표 후보는 과거 성범죄에 공모한 사실이 알려져 논란이 일었고, 막말과 실언 또한 이어졌다. 이러한 상황을 감안한다면 홍 후보의 지지율 약진은 놀라운 수준이다.
이 같은 결과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그 모든 악재를 뚫고 정치적으로 유의미한 득표율을 이끌어 낼 만큼 홍준표가 스스로를 매력적인 후보로 포장하는 데 성공한 것일까. 사실 그렇지도 않다. 정치적 입장을 차치하고 보아도 그는 너무나도 알맹이가 없는 후보였기 때문이다.
홍 후보는 스스로 서민 대통령이 되겠다 자임했지만 지루한 가족사만을 되풀이했을 뿐 정책이나 비전에 있어 달리 주목할 점을 드러내지 못했다. 복지나 경제에서도 다를 건 없었으며, 심지어 자신이 강점으로 미는 안보 분야에서도 마찬가지였다. 물론 모든 대선 주자들이 공약만으로 지지를 호소하는 것은 아니지만 홍 후보의 경우 정도가 심했다. 그가 대통령으로서 무슨 일을 할 것이며 어떤 정부를 꾸릴 것인지 전달되지 않을 정도였다.
적대와 증오, 홍준표 유세의 모든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