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규호 재즈카페 ‘공감’ 사장.
김영숙
그가 건네준 명함에는 '한 잔의 술을 팔기보다는 또 다른 문화를 팔고 싶습니다'라는 문구가 가장 위에 적혀있고, '사장'이 아니라 '공감지기' 최규호라 쓰여 있다. 카페 '공감'은 지난해 12월 15일 오픈했다. 그 전에는 최 사장이 고기 집을 운영한 곳이다.
"이 동네에서 2000년에 라이브클럽 '규호'를 오픈해 17년간 운영했습니다. 처음에는 뮤지션들이 공연하고 손님들이 감상하는 공간이었어요. 문화의 거리에 우리 클럽이 처음 만들어지고 나서 5년 동안은 손님이 많았는데 7080 노래방들이 우후죽순 생기면서 사양길로 접어 들었죠. 우리는 예술인들이 공연하는 정통 클럽을 고수했거든요. 그리고 작년까지 이곳에 '농담'이라는 고기 집을 운영했는데 구제역 등으로 어려움을 겪었어요. 이왕 망할 바에는 내가 좋아하는 음악으로 사람들과 소통하는 공간으로 만들자고 결심했죠. 그런데 주변에서 '저잣거리에서 이런 거 하면 안 된다'고 많이 말렸어요.(웃음)" 최 사장은 이 공간을 보고 '누군가 희망을 발견해 또 다른 가게를 만들면 문화의 거리답게 보고 즐길 수 있는 곳이 충분해지지 않을까'하고 바랐다.
"지금은 먹거리 외엔 다른 문화가 없어요. 꿈이 있다면, 이곳이 영국의 코벤트 가든처럼 재주 많은 사람들은 자유롭게 공연하고, 시민들은 볼거리가 풍부한 문화의 거리가 됐으면 합니다."
그는 자동차를 팔고 오토바이도 팔고 대출받아 이곳을 운영하고 있는데 적자상태를 면하지 못하고 있다고 했다. 그러나 자신의 에너지와 돈이 소멸될 때까지 계속 이 공간을 지킬 것이며, 지금까지 하고 있는 예술 활동도 멈추지 않겠다고 했다.
"공연 장소가 없으면 길거리에서 하면 되죠. 꼭 장소가 있어야만 되는 건 아닙니다. 올해가 제가 마임을 시작한 지 40년이 되는 해입니다. 장소 섭외가 안 된다면 길거리에서 공연할 거에요. 그런 모습을 후배들한테도 보여줘야 합니다. 올해는 제게 뜻깊은 해라서 모든 걸 신중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세계 최초로 클라운 마임이란 장르 개척1958년 인천 동구 송월동에서 태어난 그는 지금의 정석항공과학고등학교인 한독실업고등학교 전기과에 입학했다. '전문적인 마이스터를 길러내는 학교로, 졸업하면 독일로 유학을 가거나 대한항공에 취업했던 수재만 가는 학교'라고 그는 덧붙였다.
"우리 학교에서 한독예술제를 했는데, 제가 총감독을 맡았어요. 고등학생 신분으로 드라마도 만들고, 마임(무언극)이 뭔지도 모르고 했습니다. 졸업하자마자 서울에 있는 극단에서 마임을 하고 연극도 했습니다."서울에서 활동하던 그는 1979년 인천 중구 경동에 소극장 돌체를 만들어 '취보영감의 소집영장'이라는 코미디 작품을 처음으로 무대에 올리기도 했다. 그러나 그 이듬해 군에 입대해 군악대 문화선전대 사회자로 활동했다. 엔터테이너의 기질이 있던 그는 사회자로 만족하지 못했다. 군악대에서 드럼과 색소폰을 배웠다. 지금은 플롯, 하모니카, 기타, 콘트라베이스 등을 다룰 수 있다. 학원에서 돈을 주고 배운 건 하나도 없다.
"인생은 무조건 즐거워야한다고 생각합니다. 아픔도 즐거움으로 바꿀 수 있습니다. 사람이 못하는 일이란 없다고 봐요."1983년 제대 후 소극장 돌체 대표를 맡아 운영했다. 돌체는 남구 문학동으로 자리를 옮겼고, 지금은 최 사장의 부인인, 연극인 박상숙씨가 대표를 맡고 있다. 돌체는 1995년부터 국제클라운마임축제를 열고 있다. 올해로 22회째다.
"강원도 춘천마임축제는 몇 억 원씩 지원을 받고 있는데, 우리는 민간이 주도해 20년 넘게 지속하고 있습니다. 야심이 있거나 돈을 벌려고 하는 건 아니지만 좀 더 행사가 커졌으면 하는 마음도 있는데 뭐든 과하면 탈이 나니까 조심해야지요. 돈이 없어도 공연을 해야 하는 이유가 있어요. 우리 페스티벌이 전 세계적으로 알려져, 공연이 열리는 7월 즈음이면 다른 나라 마임이스트들한테 공연을 하겠다는 연락이 와요. 남구에서 축제 비용의 일부를 지원하지만 매해 큰 적자입니다."돌체가 주최ㆍ주관하는 축제의 공식 명칭은 '인천국제클라운마임페스티벌'이다. 클라운마임은 최 사장이 세계 최초로 만든 마임의 한 장르다.
"클라운이 광대라는 뜻이잖아요. 신기한 것만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드라마로 이야기를 전달하는 마임입니다. 클라운마임을 하려면 여러 가지를 배워야하니까 최소 10년 이상은 훈련하고, 마임이스트도 40세가 넘어야 그 맛을 살릴 수 있습니다."클라운마임이란 피에로나 어릿광대가 세상 풍자를 재밌는 놀이방식으로 풀어 감동을 선사한다. 그는 국제대회가 열릴 때면 이제는 세계적 장르로 자리매김한 클라운마임을 직접 무대에 올라 선보인다. 마임과 재즈 중 어느 게 더 좋은지 우문을 던지자, 현답이 돌아왔다.
"음악은 고향과 같은 겁니다. 음악은 절대적이죠. 모든 움직이는 것, 생각하는 것에 음악이 필요합니다. 음악과 마임 등, 모든 행위예술은 책 속에 있습니다. 책은 곧 상상입니다"최규호의 피에로, 아이들의 친구가 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