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겉그림
철수와영희
우리 학교에는 장독대가 있어요. 장독대는 간장, 된장, 고추장 독을 놓아두는 곳이에요. 예전에는 집집마다 장독대가 있었어요. 요즘에는 장독대가 없는 곳이 많아요. 하지만 우리 학교에는 장독대가 있답니다. (4∼5쪽)
새로 대통령이 되는 분한테 그림책 한 권을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이 그림책을 제가 한 권 더 장만해서 선물해도 좋을 테지만, 대통령으로 뽑힌 기쁜 마음으로 즐겁게 그림책 한 권 장만해 보시기를 바라요. 새로 한 나라를 이끌 분이라면 '서민살이'를 할 줄 아는 분이면서 '책 읽는 일꾼'이 되기를 바라요.
새로 대통령이 되는 분한테 들려주고 싶은 그림책은, 아니 함께 읽고 싶은 그림책은, <우리 학교 장독대>(철수와영희 펴냄)입니다. 남북 평화라든지, 사드 미사일이라든지, 빈부 격차라든지, 비정규직이라든지, 젊은 일자리라든지, 이런저런 굵직한 일이 많은데 웬 뜬금없는 '학교 장독대' 이야기를 들려주려 하느냐고 여기실 수 있어요. 그럴 만하지요.
자, 그러면 한번 여쭐게요. 오늘 아침은 무엇을 드셨나요? 오늘 낮이나 저녁에는 어떤 밥을 드시려나요? 하루 세 끼니 가운데 된장이나 간장이나 고추장이 하나도 없는 밥차림이 있을까요? 빵이나 국수로 끼니를 삼는다면 된장·간장·고추장 없는 상차림이 되겠지요. 그러나 한국사람으로서 상차림에서 된장·간장·고추장은 빠질 수 없어요. 청와대이건 공공기관이건 여느 회사이건 여느 장삿집이건, 또 수많은 '서민 보금자리'에서까지 된장·간장·고추장은 둘도 셋도 넷도 없는 '밥상벗'입니다.
장은 누구나 담글 수 있고요. 우리 밥상에 빠지지 않는 중요한 음식이에요. 장 담그기는 다들 어렵게 생각하지만 라면 끓이기보다 쉬워요. (9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