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일은 전혀 사소하지 않습니다> 책표지
오월의봄
홍준표 후보가 사소하다고 생각하는 어떤 일들로 많은 여성이 생명을 잃는다. 여성에게 돼지발정제를 먹여 강간하려 했던 그 일은 강간 미수일 뿐 아니라 급성 쇼크를 부를 수 있는 살인 미수 행위였다. 그걸 알면서도 도왔고, 그 내용을 자서전에 버젓하게 쓴 데다가, 몇 십년 전 일인데 지금 와서 들춘다느니 하는 반응에서 홍준표 후보가 갖고 있는 인식의 저열함을 총체적으로 엿볼 수 있다.
<그 일은 전혀 사소하지 않습니다>은 가정폭력 피해 상담 여성 지원센터 '한국 여성의 전화' 쉼터에서 발간한 책이다. 가정폭력 피해 생존자들의 에세이가 실렸다. 이 책의 서문에서 정희진은 이렇게 말한다.
'왜 때리는가? 이런 질문이 바로 폭력이다. 그들을 이해할 필요가 없다. 그들은 때릴 수 있으니 때리는 것 뿐이다.' 돼지발정제 사건도 마찬가지다. 홍준표 후보를 비롯한 당신의 친구들은 단지 할 수 있으니 한 것뿐이다. 그러니 그 이유에 대해서도, 해명에 대해서도 듣고 싶지 않고 관심도 없다. 문제적인건 이 일이 '청춘의 불장난'으로 그쳐서는 안 된다는 것을 모두 다 알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여전히 홍준표가 대통령 후보로 남아있다는 사실이다.
책에서 말하고 있는 것처럼, 폭력에 노출되는 여성의 경험은 이제 '사소하지 않음'을 넘어 최소한 대통령 후보직을 박탈시킬 수 있는 정도의 파괴력 있는 중대한 사안으로 다루어져야 한다(관련기사 :
'돼지발정제' 홍준표, 사퇴할 만한 일일까?). 그런데도 홍준표가 여전히 대통령 후보라는 사실은, 그 자체로 여성을 향한 폭력이 여전히 사소하게 다루어진다는 것을 방증한다.
<그 일은 전혀 사소하지 않습니다>는 원인 불명의 폭력에 계속해서 노출되어 왔으나 용기있게 헤쳐 나온 생존자들의 기록이다. 지금의 사회에서도 여성들은 여전히 '이유 없이' 가해지는 폭력에 맞서야 한다. 그러니 홍준표 후보가 '돼지발정제' 사건을 제대로 반성하려면, 이 책을 무릎 꿇고 읽으시길 바란다. 물론 그 전에 후보 사퇴부터 해야겠지만.
아내 가뭄
애너벨 크랩 지음, 황금진 옮김, 정희진 해제,
동양북스(동양문고),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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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편집기자. <이런 제목 어때요?> <아직은 좋아서 하는 편집> 저자, <이런 질문, 해도 되나요?> 공저, 그림책 에세이 <짬짬이 육아>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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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돼지발정제' 홍준표 후보가 무릎 꿇고 읽어야 할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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