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이트아웃이 사라진 직 후.
정웅원
날씨가 좋을 땐 새파란 하늘과 산을 벗 삼아 걸을 수 있지만 그런 날은 없었다. 한 번쯤은 홀로 밤하늘을 바라보며 오로라를 감상하고 싶었지만 오로라는커녕 눈이 오지 않길 기도했다. 하루가 끝나면 내일은 얼마나 넘어질까 그런 생각들로 가득 찼다. 물론 다치지 않고 끝까지 잘 걸어서 감사하게 생각하지만 그럼에도 아쉬움은 남았다. 짧은 시간 동안 하늘이 잠시 열렸다. 그것마저 오래가지 않았다. 초코바 하나 먹으며 이 길이 어서 끝나길 기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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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화이트 아웃이 사라진 직 후 ⓒ 정웅원
쉬지 않고 걸었다. 따뜻한 숙소에 들어가 밥이 먹고 싶었다. 오후 3시쯤 케브네카이세 숙소가 보인다. 바람은 아직도 세게 불고 있지만 곧 끝난다는 생각에 힘이 났다. 멀리 케브네카에서 산이 보였고 한 시간이 지난 후 우리는 무사히 목적지에 도착할 수 있었다. 다들 얼싸 안았고 서로 악수하며 수고했다고 이제 끝이라고 더이상 걸음은 없다며 몇몇은 울고 있었다. 기분이 묘했다. 내일 하루 더 걸어야 버스를 타고 키루나 마을로 갈 수 있는데 여기가 마치 모든 일정이 끝난 것처럼 시원하고 섭섭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