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표. 살카까지는 7km
정웅원
'싱이'에 도착 후 날씨는 더욱 나빠졌다. 고글 없이는 밖으로 나오기 힘들었다. 화장실 가는 짧은 거리에도 몸이 휘청거려 넘어지기도 했다. 오늘은 위험하다며 숙소 주인은 안에서 자기를 권했다. 내일은 더 심해질 수도 있다고 했다.
다음날 아침에도 대부분 움직이지 않았다. 바람이 잦아들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스페인 팀은 떠나기로 결정했고 나는 팀 속에 들어가 함께 걷기로 했다. 이곳에서 나는 풀코스 계획을 변경했다. 혼자서 더 이상 걷기에는 위험부담이 너무 컸다. 장비의 부재와 무모한 용기로 도전하기엔 아직 가야 할 길이 많이 남아 있었다.
알레스야우레에서 만난 아셀의 말을 빌리면 싱이에서 바코타바레로 가는 구간은 좁은 협곡과 사람 키보다 더 높게 쌓인 눈을 헤치고 가야한다. 또한 '키비요크, 암마나스' 구간은 표지판도 없는 구간이며 무인헛 조차 없기 때문에 밖에서 잠을 자야 하는 쿵스레덴 구간 중 가장 힘든 코스가 예정돼 있었다. 여러 가지 상황을 종합했을 때 계획 변경은 불가피한 선택이었다. 다시 오겠다 다짐했다. 썰매를 준비할 것이고 함께 할 친구와 함께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