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걸음도 힘차게적당한 온도와 습도의 날씨 속에서 섬진강변을 따라 아이들이 힘차게 걷고 있다.
안사을
진뫼마을을 벗어나 이제 처음으로 섬진강변 길에 발을 디디는 순간, 귓가에 풍경과는 정말 어울리지 않는 소리가 들려왔다. 삼삼오오 짝을 지은 아이들이 무리끼리 경쟁이라도 하듯이 핸드폰 스피커로 틀어놓은 음악 소리였다. 유유히 흐르는 강물과 천연의 빛깔들이 화사함과 평온함을 동시에 보여주고있는 이 길 위에, 랩과 비트가 난무하는 힙합 음악을 깔아놓다니, 평소 공부할 때나 등교할 때를 가리지 않고 이어폰을 꽂고 다니는 학생들의 모습을 익히 보아왔지만 이런 자연 속에서조차 인공의 소리를 듣게 할 수는 없었다.
"누가 음악을 트냐. 안어울리게."장난기가 뚝뚝 넘치는 말투이긴 했지만 다소 높아진 언성으로 나의 입에서 처음 튀어나온 말이었다. 입을 닫은 후에 곧바로 아차 싶은 마음이 몰려왔다. 이 아름다운 경치를 제대로 감상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에 대한 지적을, 나 역시 아름답지 못한 언어로 하고 있었던 것이다. 이후에도 5차례 정도나 더 음악감상을 저지하는 발언을 했지만 순간 순간 튀어나오는 공격적인 말투가 여간해서 고쳐지지 않았다. 마지막에 이르러서야 진심이 담긴 설명과 함께 부드러운 말투로 말할 수 있었다.
"자연에 왔으면 자연의 소리를 듣는 것이 더 어울릴거야. 노래는 언제나 들을 수 있으니, 오늘은 물소리, 바람소리를 들어야 하지 않겠니?"라는 말을, 보다 덜 간지럽게 하기 위해 어깨동무와 함께 무의식적으로 사투리가 나온다.
"00야. 우리가 지금 어디를 걷고 있냐. 노래는 암때나 틀믄 나오는거아녀. 여기 왔으믄 물 흐르는 소리, 바람 소리 같은걸 들어야하지 않겄냐? 어이?"음악선생님이 음악을 못 듣게 하니 아이들도 다소 당황스럽기는 했겠으나, 오히려 그래서 더 설득력이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비쭉이는 입모양 하나 없이 밝은 표정으로 핸드폰을 고요하게 넣어두는 아이들의 모습이 참 고마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