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에서 열린 박근혜정권 퇴진 촛불 집회
참여사회
한국은 정치의 지체를 극복했나후쿠시마에서 자원활동을 했던 대학생 오쿠다 아키(奧田愛基)는 후쿠시마 사고와 총리공관 앞 대규모 집회에도 불구하고 2012년 말 중의원 선거에서 집권당이 압승하는 것을 보면서 무언가 잘못되었다고 느꼈다.
특정비밀보호법 제정을 보면서는 앞으로 원자력 관련 정보도 더욱 감춰지는 것이 아닌지 의심하게 되었다. 그는 2014년 안보관련 법에 관한 각의결정을 보면서 그가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지 보다 분명히 깨달았다.
그와 뜻을 같이하는 친구들과 SEADLs라는 조직을 결성했다. 최대 400~500명에 불과한 회원을 둔 SEALDs는 2015년 20만 명 규모의 안보법제 통과 반대집회를 성사시켰고, 집권여당의 독주를 견제할 사상 최소의 야권과 시민사회운동의 선거연합 창출에도 중요한 역할을 했다.
오쿠다는 기성 사회조직들이 '우리'라고 말하는 것이 불편해 자신들은 우리라는 말을 가급적 쓰지 않고 개인을 강조했다고 했다. SEALDs 멤버들은 대표를 두지 않고 행동과제별로 담당자를 두는 방식으로 활동했다.
회원은 있었지만 회비제도도 두지 않고 일시적인 후원금으로만 운영했는데, 활동과제가 끝나면 해산한다는 방침 때문이었다. SEALDs는 한복을 입고 다니는 조선학교 학생들이 '재일(재일조선인의 준말)'이라는 이유로 혐오행동의 대상이 되자, 모두 한복을 입고 시위하는 이벤트를 기획하기도 했다.
홍콩, 대만, 한국 청년들과의 교류에도 적극적이고 개방적이라는 점에서 요즘 동아시아에서 일어나고 있는 민족주의의 덫에서 보다 자유로움을 알 수 있다.
일본의 사회운동이 정치를 바꾸는데 성공하고 있다고 보기는 아직 힘들다. 역사상 처음으로 야권이 선거연합을 결성한 2016년 참의원 선거에서, 야권연합은 일부 지역구에서의 승리에도 불구하고 집권여당의 개헌가능 의석 확보를 저지하고자 했던 목표를 달성하지는 못했다.
오구마 에이지 교수의 분석에 따르면 이런 결과가 도출된 이유는 집권여당에 못지않은 야당의 무능 때문만은 아니다. 소선구제와 지역구 중심 선출방식을 취하는 불합리한 선거제도에도 원인을 찾을 수 있다.
정당지지 비율을 의석에 그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다수의 투표를 사표로 만드는 낡은 선거구조는 기성 정당들의 낡은 의사소통 구조만큼이나 바람직한 사회변화에 큰 장애물로 작용하고 있다. 시민여론을 반영하지 않는 언론도 문제다. 국제 언론 감시단체 '국경없는기자회(RSF)'가 매년 발표하는 언론자유지수 순위에서 일본은 최근 연이어 추락하고 있는 한국(70위)보다 낮은 72위를 나타냈다.
정치개혁운동을 하는 일본의 활동가들은 적어도 한국 국민들이 대통령을 자기 자신의 손으로 뽑을 수 있지 않느냐고 부러워했다. 여소야대 혹은 야대여소로 변화무쌍한 한국정치도 부러워했다.
하지만 일본과 한국은 모두 정치적 다양성을 인정하지 않고 과두정치를 보호하는 선거제도를 가졌다. 오히려 일본의 제도는 지역구:정당득표 의석배분(비례대표) 선출비율이 2:1로, 6:1에 가까운 한국의 그것에 비해 소수정당이 의회에 진출하기 유리한 조건이다. 그 밖에 보수적인 사회 분위기와 취약한 언론자유, 낮은 출산율과 고령화, 비정규직의 비율이나 이주민이나 여성에 대한 임금차별 등에서도 양국은 비슷한 문제를 안고 있다.
한국은 이제 일본시민운동이 힘겨워 하는 정치의 정체와 지체를 극복한 건가? 장미대선을 앞둔 봄날에 생각해본다.
사회를 크게 변화시켰는지는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지난 1년 동안, 그날의 분노와 슬픔이 우리를 크게 변화시킨 것만큼은 틀림없습니다. 그렇게 변화한 우리는 앞으로 더 새로운 사회를 만들어 나갈 것입니다. 아무도 막을 수 없습니다....몇 번이고 반복합시다. 결코 포기하지 맙시다. 잊지도 맙시다. 절대 이대로 끝나지 않을 것입니다. _혼마 노부카즈, 특정 비밀 보호법에 반대하는 학생 시위에서③① 국가 안보에 영향을 주는 정보를 일본 정부가 특정 비밀로 지정해 관리할 수 있는 법안
② 불안정한(precarious)과 프롤레타리아트(proletariat)를 합성한 조어
③ 노컷뉴스, 2017.1.18. "일본의 새로운 정치운동, SEALDs(실즈)의 모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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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과 일본에서 부는 새 흐름, 누가 주도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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