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리수물골 할머니의 뜰에는 보리수이 꽃이 한창 피어났다. 화사할 것도 없는 보리수꽃, 가을이면 요즘 아이들에게는 별 것도 아니지만 어린 시절 귀했던 붉은 열매가 다닥다닥 열릴 터이다.
김민수
5월이 되니 문득 돌아가신 어머니가 그립다.
산소에 가서 풀이라도 뽑아드리고 오는 것이 좋겠다 싶어 집을 나섰다. 부모님의 사랑이야 내리 사랑이지만, 자식들의 사랑은 늘 후회하는 사랑이 아닌가 싶다. 돌아가신 어머님에 대해서는 더는 할 수 있는 일도 없으니 애틋하고, 아직 살아계신 아버님에 대해서는 소원하니 말이다.
나는 안다.
아버님도 돌아가신다면, 요즘처럼 일 바쁘다는 핑계로 차일피일 뵙는 날을 미루고 있었음을 후회할 것이라는 것을. 그 후회할 짓을 하면서도 돌아가신 분에 대한 그리움은 어쩔 수 없는가 보다.
어머니의 산소가 있는 물골, 그리고 그곳에 홀로 살고 계시는 물골 할머니.
간혹 <오마이뉴스>의 기사 소재가 되다보니 방송국에서 취재하자는 제의가 종종 들어온다. 할머니의 의사도 물어보지 않고 귀찮으실 것 같아서 거절했지만, 지난해 겨울에는 어느 방송국에서 용케도 할머니의 전화번호를 알아서 취재했다. 그 외에도 몇 번 방송에 소개된 적이 있으시니, 산골에 살지만 나름 '유명인'이시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