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슬기
변민우, 김경수, 장혜림
다슬기는 보통 민물 가에 서식하는 고둥을 말하며 한국과 일본, 대만, 중국 등에 분포한다. 깊고 맑은 물가에 주로 서식하다 보니, 다슬기가 있는 곳은 '청정지역'이라는 수식어가 따르기도 한다. 다슬기는 모양에 따라 참다슬기, 염주알다슬기, 주름다슬기 등으로 분류하기도 하지만, 대개 보통명사로서 다슬기라는 명칭을 사용한다.
종종 올갱이라는 이름이 혼용되기도 하는데 서로 다른 생물을 의미한다기보다, 다슬기를 뜻하는 충청도 방언 '올갱이'가 비교적 널리 통용되고 있을 뿐이다. 이러한 사건의 발단은 충청도 지역의 대표 해장음식 '올갱이 해장국'이 입소문을 타면서 시작됐다고 하니, 먹거리가 가진 힘이 새삼 놀라울 따름이다.
다슬기는 선사시대 유적지에서도 발견될 정도로, 인류의 역사와 궤를 함께한 식재료다. 해와 달, 그리고 물과 돌이 존재하는 한 다슬기는 필연적으로 물가에 자리를 잡고 있던 셈이다. 한반도에서도 다슬기는 오랜 취식의 역사를 자랑하는데, 18세기 말 조선의 학자 이만영이 저술한 <재물보(才物譜)>에서는 '호수나 시냇물에 있으며 논우렁보다 그 크기가 작다. 한편 삶아서 살을 빼어 먹는데, 어린아이들이 즐겨 먹는다'고 전한다.
간 건강에 특효, '민물의 웅담' 다슬기
물가에 흔하고 채취가 용이하다는 점에서, 다슬기는 분명 매력적인 식재료였을 것이다. 잡는 재미가 있고 살을 뽑는 재미, 먹는 재미까지 있으니 말이다. 또한 <동의보감(東醫寶鑑)>을 비롯한 다양한 의학서적에서 고둥이 가진 소화개선, 간 보호 등의 효능을 예찬한 점도 다슬기를 찾는 이유 중 하나였으리라.
다슬기는 동의보감에 등장하지 않는다 |
의학서적에서 등장하는 '전라(田螺:밭 달팽이)'는 사실 다슬기가 아니다. 수많은 기사와 홍보물들은 동의보감을 빌려 다슬기의 효능을 이야기하지만, 동의보감에 '논우렁'은 등장할 지언정 '다슬기'는 등장하지 않았다. 용어의 해석 탓에 이러한 부분이 오도되어, 사실을 해하는 점은 다소 우려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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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0년대 후반에 이르러 다슬기의 효능은 재조명된다. 일산 김일훈 선생의 저서 <산약본초(神藥本草)>에 '간과 쓸개를 구성하는 청(靑)색소가 부족할 때 간/쓸개질환이 발생하는데, 그 청색소가 민물고둥(다슬기)에 담겨 있다'는 말이 등장하기 때문이다. 최근의 연구에 따르면 다슬기의 섭취가 지방과 적혈구 내의 산화를 억제하고, 간 DNA 세포손상을 막는데 도움을 준다고 하니 그 사실이 틀리지는 않은 듯하다. (이현정 외, 2013)
충청도 지역에서 해장국의 으뜸으로 다슬기 해장국을 꼽는 이유도, 앞서 말한 간 기능 개선 효과 때문이다. 한편 다슬기는 빈혈증 치료에 도움을 주며, 필수아미노산인 라이신 성분이 풍부해 면역력 증가와 성인병에 효과를 준다고 전해진다. 저지방고단백의 장점 또한 다슬기의 매력포인트 중 하나로, 다이어트나 성장기 어린아이들에게 탁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