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여인의 사랑을 그린 <프라이드 그린 토마토> 포스터
프라이드 그린 토마토
영화는 액자식 구성으로 1980년대 말, 남편의 친척을 방문하러 요양원을 찾은 중년의 여성 에블린이 80대의 스레드굿 부인을 만나면서 시작된다. 스레드굿 부인은 자신이 살았던 휘슬스톱, 그곳에 있던 따뜻하고 유쾌한 분위기로 꽉 찬 식당 휘슬스톱 카페와 그곳을 이끌어가는 두 명의 여주인의 특별한 이야기를 들려주기 시작하고 에블린은 점점 그 이야기에 빠져들어 간다.
1920년대 미국 남부의 휘슬스톱 마을, 기차가 지나가는 그 마을엔 어린 시절부터 남달랐던 잇지라는 여자 아이가 살았다. 치마대신 남자아이들이 입는 바지를 입고 자기를 놀리는 남자애가 있으면 흠씬 두들겨 패주는 톰보이 잇지, 그녀는 유독 친오빠 버디와 사이가 좋았다.
"잇지, 바다엔 수많은 조개가 살고 있어. 하나님이 그중에 하나를 특별히 사랑해서 그 안에 아주 작은 먼지를 하나 넣어주었어. 그래서 어떻게 되었냐고? 조개는 아주 아름다운 진주를 만들어냈어.""하나님이 실수하신 거면 어떡해.""하나님은 절대로 실수하시지 않아."잇지가 따르던 친오빠 버디에겐 좋아하는 여자가 있었다. 엄마 친구의 딸이자 아름다운 외모의 루스가 그 주인공. 그런데 버디와 루스, 잇지가 사이 좋게 산책을 하던 중 루스가 쓴 모자가 날라가고, 버디가 그 모자를 주으려다 기차에 치어 사망하는 사건이 일어난다. 눈 앞에서 오빠가 죽는 사고를 목격한 잇지는 그 후 가슴에 상처를 안고 방황하기 시작한다.
다시 1980년대 요양원, 스레드굿 부인의 이야기에 빠져들기 시작하는 에블린의 삶은 우울하다. 남편은 매사 그녀를 무시하기만 하고, 결혼생활을 잘 유지하기 위해 여성주의 모임의 강의도 들어보고 로맨틱한 분위기를 만드려고 무던히 애쓰지만 남편은 스포츠 경기 중계에나 관심이 있을 뿐, 그녀에게 바라는 것은 오직 저녁을 잘 차려놓는 것 뿐이다. 우울함과 낮아진 자존감, 어디에도 위로 받을 곳 없는 에블린은 음식에 중독되었고 하루 종일 무언가를 먹고 있다. 그런 그녀에게 힘이 되는 것이 스레드굿 부인이 들려주는, 50~60년도 더 된 과거의 두 여인 이야기다.
"옛날 집 생각을 하면 이상하게 커피랑 베이컨 냄새가 그리워져. 휘슬스톱 카페의 프라이드 그린토마토 냄새도."오빠가 죽은 충격으로 술과 도박에 빠져 보내는 잇지, 그녀에게 오빠의 옛 연인이던 루스가 다시 찾아온다. 오빠가 죽었을 때 잇지는 8~9살, 루스는 15~16살 정도였지만 지금은 잇지도 다 큰 상태다.
잇지 엄마의 부탁을 받은 루스는 자꾸 방황만 하는 잇지와 친해지려 노력한다. 잇지는 오빠를 죽게 한 원인을 제공한 루스를 미워하고 피했지만 점점 마음을 열어간다. 어느덧 절친이 된 둘, 아침부터 루스가 자는 방에 창으로 몰래 들어온 잇지는 같이 피크닉을 가기로 제안한다. 들판에 돗자리와 먹을 것을 준비해 자리잡았을 때, 잇지는 루스에게 꿀을 맛보여 준다며 벌로 뒤덮인 나무에 다가가 맨손을 벌집에 넣고 야생꿀을 캐와 루스에게 선물한다.
"그러다 죽으면 어떡해!""널 위해 가져온거야, 맨날 이렇게 해 괜찮아. 화난 거면 미안해.""화낸 거 아니야. 벌을 매료시키는 사람이 있다는 소리를 들었어. 꿀벌의 여인, 잇지 너는 대단해. 넌 사람도 매료시켜."영화에서는 루스가 잇지에게 "넌 사람도 매료시킨다"며 간접적으로 표현하고 있지만, 소설에는 잇지가 꿀을 건네는 순간 루스는 부정할 수 없는 사랑을, 한 번도 느껴 본 적 없고 그 후에도 다른 사람에게 느끼지 못한 깊은 사랑을 느꼈다고 적혀있다. 그렇게 둘은 신나고, 행복한 나날을 보내지만... 루스는 부모님이 정해준 남자와 결혼을 한다. 상처받은 잇지는 루스의 결혼식을 먼발치에서 바라만 보고 다시는 루스를 보지 않기로 결심한다.
하지만 사랑이 그렇게 쉽게 잊혀지나, 루스를 잊을 수 없던 잇지는 결국 시간이 흐른 뒤 루스의 집으로 찾아간다. 하지만 오랜만에 본 루스의 얼굴엔 커다란 멍자국이 있다. 남편에게 폭력을 당하며 살고 있었던 것, 화가난 잇지는 남편을 죽여버리겠다고 하지만 루스는 제발 다시 돌아가라며 잇지를 돌려보낸다. 그리고 어느 날, 루스는 친어머니가 돌아가셨다며 잇지에게 편지를 보낸다. 그 편지엔 성경의 한 구절이 함께 들어있다.
"그대 가는 곳에 내가 갈 것이며그대 사는 곳에 나도 살 것이며그대 가족이 나의 가족이라."잇지는 더 이상 망설일 것이 없다. 집안일을 하는 든든한 흑인 빅조지와 함께 루스의 집에 가 끝까지 폭력적으로 구는 남편을 떼어내고 루스를 데려온다. 이미 임신한 상태였던 루스는 잇지의 집에서 아들을 낳고 둘은 아들에게 버디 2세라는 이름을 지어주며 함께 휘슬스톱 카페를 만든다.
휘슬스톱 카페는 백인과 흑인 간의 차별을 두지 않고 손님을 받고, 노숙자나 노동자들에게 무료로 밥을 나누어준다. 하인이던 흑인 빅조지와 십시도 함께 직원으로 일한다. 미국 남부는 당시 미국 내에서도 인종차별이 심하던 곳으로 잇지의 오랜 친구조차 "흑인 손님을 받는 것에 불만을 갖는 백인 손님들, 동네 주민이 많다"며 충고하지만 잇지와 루스는 아랑곳 않는다.
휘슬스톱 카페가 특별하고 아름다운 이유는 당시의 시대 상황과 상관없이, 그곳을 혐오대신 사랑으로 가득 채웠기 때문이다. 루스와 잇지의 사랑, 흑인 직원들과의 우정, 피부색으로 차별 두지 않고, 지금 당장 돈이 없는 노동자들에게도 여력이 되는 만큼 밥을 제공하는 연대의식. 누구보다 밝고 유쾌하며 사랑스러운 루스와 잇지는 사실 누구보다 용감하고 강하며, 사회의 편견에 맞서는 이들의 용기가 아름답고 따뜻한 카페를 만들어냈다.
사랑과 인권 앞에 '사회적 합의'는 필요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