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슬라바 교회(Kostel svateho Vaclava, Saint Wenceslas church)
김종성
여행 일정을 짜다보면 매번 욕심이 생겨서 빡빡한 계획을 짜게 되는데(그러지 않으려고 의식해도 이상하게 늘 그렇다), 그러다보면 '주요 관광지' 위주로 동선이 짜이기 마련이다. 가령, 프라하를 여행한다고 치면 당연히 프라하 성, 카를 교, 구시가 광장, 바츨라프 광장, 유대인 지구가 포함될 테고, 어쩌면 이게 전부가 될지도 모른다. 그런데 이런 여행이라면 주요 관광지만 후루룩 훑고 지나가는 패키지 여행과 다를 게 무엇이라 말인가.
그래서 '아침 산책'이 중요하다. 도시가 미처 깨어나기 전, 그 어떤 구애(拘礙)도 받지 않고 그저 발길 닫는 대로 마음껏 걷는다. 아직 단장을 채 마치지 않은 도시는 신선하고 또 거짓이 없다. 그 준비되지 않은 모습이 좋다. 그래서 아침 산책이 소중하다. 여행을 위해 방문한 도시(都市)와 보다 밀착된 시간을 보내기 위해서, 그 도시의 좀더 내밀한 모습을 만나기 위해서 말이다.
방문자를 위해 깔끔하게 차려입고서 훈련받은 예의와 매너의 대상이 되는 게 아니라 격식이나 경계 없이 그저 1:1로 마주하고 싶어진다. 대우받는 게 아니라 그저 '경험'하고 싶은 것이다. 어쩌면 그것이 내가 생각하는 여행의 정의이자 여행을 통해 얻고 싶은 것인지도 모르겠다. 이제야 내가 왜 여행을 가면 부지런해지는지 알 것 같다. 체력이 모두 소진될 때까지, 왜 그토록 걷고 또 걷는지 알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