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사시간이 되면 우리는 메뉴도 보지 않고 스테이크를 시켰다.
정웅원
김치는 사랑이다고레파니로 올라오면서 익숙한 풍경이 눈에 들어온다. 한번 와봤던 곳인지 전혀 낯설지 않고 마음이 편안해졌다. 숙소도 일전에 묵었던 곳으로 정했다. 주인은 나를 알아보고 반갑게 맞아주었다. ABC 트레킹을 시작하자마자 장염에 걸려 고생하고 있을 때 숙소 주인은 누룽지나 다른 한국 음식 먹고 싶은 게 있으면 얘기해 달라고 했다. 당시엔 아무것도 먹지 못했지만 정감 어린 몇 마디 말이 나를 감동케했고 꼭 다시 온다고 말했었다.
주인은 락시를 (소주와 비슷한 증류주. 도수는 35도 전후입니다) 건넨다. 그리고 김치를 맛 보여줬다. 해외여행을 다니면서 현지 사람이 현지 재료로 만든 김치중 단연 최고였다. 필력이 부족해 표현하지 못하지만 한 입 먹자마자 탄성이 나왔다. 동행하셨던 분도 이건 말이 안 된다며 이렇게 말하셨다.
"한국 김치야 한국 김치." 달밧과 김치만으로 세상을 얻은 기분이었다고 할까. 부족한 것을 알고 리필도 해주셨다. 달밧을 먹고 난 우리는 락시를 연거푸 마시며 김치를 안주 삼았다. 한병을 마시고 취기가 살짝 오른상태로 이날은 일찍 잠자리에 들었다. 다음날 새벽 푼힐전망대를 다녀오고 아침은 라면, 밥 그리고 김치를 부탁했다(안나푸르나 베이스캠프 루트에서는 대부분의 숙소에서 한국 라면을 드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