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코소보의 프리스티나에서 한복 휘날린 날. 숙소에서 뉴본(New Born)까지 걸어갔다 오느라 한복도 우리들도 고생했다.
김광선
세계여행을 위해 짐을 싸면서 한복을 가져가자, 말자로 남편과 이틀간 실랑이를 벌인 적이 있었다. 결국 네 식구 모두의 한복을 가져왔고 날씨가 화창하고 새로운 도시가 마음에 들면 한복을 입고 광장이나 바자르를 다녔다.
지나가는 사람들이 한마디 툭툭 던지는데, 제일 반응이 좋은 곳은 친절하고 적극적으로 말을 거는 터키 사람들이다. 터키 해양도시 안탈리아에서 시계탑 중심지에서 시작해서 칼레이치 선착장(2세기부터 지중해를 오가는 배들이 쉬어가는 일종의 정거장)까지 걸어갔다가 케밥을 먹고 오는 데, 보는 사람들 마다 웃으면서 말을 건다.
"예쁘다. (Beautiful)" "멋져.(Very good)" "오, 전통복장이구나.(Oh, it's traditional dress)" "사진 좀 같이 찍자.(Photo, Photo )" 처음엔 어색해서 어쩔 줄 모르다가 몇 번 포즈 잡고 신난 아이들과 우리 부부. 한국 홍보 대사가 되어 배경까지 바꾸어 주면서 사진을 찍어드렸다.
"한복이라고 해. 우리는 한국에서 왔어.(This is Han-bok. We're from Korea.)" 기모노라고 말하는 어떤 사람 때문에 지나가면서 계속 '한복'을 힘주어 외쳐댔다. "한복이야, 한복 (기모노 아니야!)" "아이고 힘들어." "더워." "불편해." 숙소에 가자마자 한복을 벗어 던지고 궁시렁궁시렁. 그래도 뭔가를 해냈다는 뿌듯함과 한국인이라는 자부심은 7살 규호와 10살 민애에게도 자연스러운 감정인가 보다.
"엄마, 한복이 예뻐서 좋아.""사람들이 자꾸 쳐다봐서 싫었는데, 이젠 같이 사진 찍는 게 재미있네." 전통 옷 입고 짜증낼 수 없으니, 환하게 웃고 우아하게 걷고 식당에서 밥 먹을 때 최대한 품위를 지키느라 힘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