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그려본 맨박스
김한별
"남자는 OO해야 한다" 이런 말은 이제 그만
이 글을 읽는 분들은 저 대화가 참 가소롭다는 느낌을 받았을 거라고 생각한다. 군대라는 비인간적이고 비상식적인 계급사회를 경험하면서 마초적인 특징을 체화해온 남성이 진짜 '남성'이고 그렇지 않은 남성은 '남성'이 아니게 되는 걸까.
나는 어떻게든 남성이라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여성 애인'이 있다는 것을 내세웠다. '이성애자 남자' 구실을 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면서, 여성을 도구로 삼은 것이다. 나는 과거 내 경험을 공유하면서 '우리들(남성들)'의 부끄러운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
생각해보면 남성들은 누가 더 남성적인지, 누가 마초적인지에 혈안이 되어 자신의 경험을 공유하고 있다. 누군가(남성)에게는 남성성이 콤플렉스로 작용하며 늘 남성이 남성이기를 꿈꾸며 정말 쓸모없는 경쟁을 하고 있는 것 아닐까? 이런 경쟁 그만해야 한다. 그리고 더 나아가 고정된 남성성에 대한 해체로 이어져야 한다.
남성 중심의 고정된 성역할과 성 정체성, 그리고 성별 이분법은 다른 성별을 '틀린' 성별로 이해한다. 한국 사회에서는 성별을 남성과 남성이 아닌 것으로 간주한다. 남성에게 '계집애 같다'는 표현이 욕으로 쓰이는 상황을 보라. 다시 말해 우리에게는 기존에 남성이라고 규정하는 기준에서 벗어난 것은 남성이 아닌 것이며, 심지어는 나쁜 것으로 여겨진다. 그래서 성차별적인 사회를 만들고 있는 기존의 '남성성'을 함께 해체해야 한다고 더욱 주장하고 싶다.
덧붙여서 구체적으로는 이성애자 중심의 남성성이 해체되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싶다. 최근에 군대 내 성소수자 색출 사건이 터졌는데 이 사건에 대한 사람들의 반응에서 적나라하게 이성애자 남성 중심의 차별적인 시선을 확인할 수 있었다. "성소수자가 군대를 갈 수 있느냐"부터 "처벌해야 한다"까지 서로 다른 성정체성에 대해서 아주 지극히 이성애자 남성 중심적으로 접근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이성애자가 아니면 잘못된 것, 기존 남성성 규범으로 이해되지 않는 것은 틀린 것으로 개인의 권리를 침범하며 처벌까지 이야기한다. 끔찍한 일이다.
우선은 일상에서부터 바꾸자고 제안한다. 의식적으로 "남자는 OO해야 한다/하지 말아야 한다"와 같은 말과 생각을 지양하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여성은 OO해야 한다/하지 말아야 한다"도.) 나 또한 이것을 실천하려고 노력 중이다. 살면서 내가 배운 거라고는 "남자는 로봇을 좋아해"부터 "남자는 여자를 거칠게 대해야 해", "남자는 남자다워야 해" 따위들 뿐이라 그 외에 생각을 해본 적이 별로 없었기 때문에 여전히 쉽지는 않다.
또 나 혼자 내 스스로를 바꾼다고 세상이 바뀌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이 글을 읽는 당신이 함께한다면 조금은 바뀌지 않을까. 당신이 나와 같은 남성 오버워치 유저라면 일단 "여자가 힐러(아군에게 치료를 하는 직군) 해야지" 같은 말을 쓰지도 생각하지도 않는 것부터 시작해보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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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인천 기본소득당 위원장 김한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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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 군대 갔다왔어? 여자 있어?"... 정말 부끄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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