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 좋아하고 아이들을 스승 살다 간 하이타니 겐지로 작품 전시
이윤기
'섬에서 살다'라는 글을 읽어보면 도카시키 섬에 사는 잠수 낚시를 전문으로 하는 어부는 같은 장소에서 두 번 연이어 잠수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한 번 잠수한 곳은 적어도 보름 길면 반년 동안 들어가지 않는다더군요. 이 작은 섬에는 전업 어부가 두 명 밖에 없는데도 사방이 바다인 섬에 살면서도 이런 원칙을 지킨다는 것이지요.
"자연의 은혜를 누리는 것은 좋지만, 자연이 회복할 수 없을 만큼 이용해서는 안 됩니다." (본문 중에서)바로 섬사람들이 자연을 대하는 마음입니다. 어부들은 물고기를 함부로 다루면 굉장히 화를 낸다고 합니다. 먹고 살기 위해 물고기를 잡지만 그냥 물건으로만 여기진 않는다는 것입니다. 물고기와 사람 사이에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연대감을 가지고 있고, 물고기를 많이 잡는 것을 자랑으로 여기지도 않는다고 합니다.
자연에서 살아가는 사람들, 자연에 기대어 살아가는 사람들은 그들만이 체험과 경험으로 자연과 교감할 수 있는 특별한 능력을 갖게 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이타니 겐지로는 '인생은 이십 년마다'라는 글에서 인생을 이십 년 단위로 나눠 살아온 자신의 경험을 소개합니다.
"스무 살까지는 집중적으로 배운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므로 스무 살부터 마흔 살까지는 세상에 나가 일을 한다. 딱 한 번 살다 가는 인생이니, 다음 예순 살까지는 가장 하고 싶은 것을 하는 기간으로 잡는다." (본문 중에서)그런데 인간의 수명이 길어진 덕분에 예순 이후에도 더 사는 사람이 대부분이다. 그럼 이때는 뭘 하고 살아야할까? 하이타니 겐지로는 예순 이후는 뜻밖에 얻은 덤과 같으니 뭘 해도 좋다고 말한다. 심지어 "여자(남자)한테 미쳐도 좋고 경마에 미쳐도 좋다"고 주장합니다.
딱히 계획을 세웠던 것은 아니지만 저자 역시 그런 삶을 살았습니다. 두 번째 이십 년은 교사로 세 번째 이십 년은 소설가이자 작가로 그리고 네 번째 이십 년은 농사꾼 시늉과 어부 시늉을 하면서 자급자족 생활을 통해 인생을 즐기면서 살았으니까요.
가장 행복한 사람은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사는 사람이겠지요. 우리는 얼마나 행복한 삶을 살고 있을까요? 우리가 평생을 사는 동안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보내는 시간은 또 얼마나 될까요? 스스로 묻고 스스로 답해보시기 바랍니다.
농사를 잘 짓는 지혜와 사람을 사랑하는 지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