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국 직전 흰색 수의로 갈아입은 안중근 의사
역사인
"코레아 우라!"무슨 말이냐고요? 때는 바야흐로 1909년 10월 26일. 안중근 의사가 중국 하얼빈 역에서 이토 히로부미를 저격한 후 러시아 어로 "대한 만세"를 외치는 소리입니다. 뜬금없이 웬 안중근과 대한 만세냐고요? 잠시 쉬어 가죠.
요즘 역사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습니다. 여기에 지대한 공을 끼친 사람은 스타강사로 <어쩌다 어른>에 나선 최진기, 설민석 등을 꼽을 수 있습니다. 특히 한국사 스타 강사인 설민석의 무한도전 출연과 일제강점기 대한 독립 민세를 외치며 분연히 떨치고 나선 3·1운동의 민족대표 33인에 대한 폄하 발언 논란 등은 우리나라 역사에 대한 관심을 드높인 계기였습니다.
역사란 과거의 유산일 뿐 아니라 미래를 측량할 수 있는 바로미터라는 새로운 전환점이 되었음은 물론입니다. 또한 역사에 대한 새로운 인식과 접근 방법을 제시한 측면이 강합니다. 이와 때맞춰 "중국의 사드 보복 조치로 인해 중국 공안의 압력에 항저우 임시정부청사가 지난 달 13일부터 휴관에 돌입했다"는 기사까지 등장해 역사에 대한 관심을 증폭시키고 있습니다.
이러한 때, 아주적절하게 따끈따끈한 책 한 권이 발간되었습니다. 정운현, 정창현의 '영웅의 숨겨진 가족이야기' <안중근家 사람들>(역사인, 18,000원)입니다. 정운현, 정창현 이들은 왜 안중근 이야기를 들고 나왔을까? 그들이 책 서문에서 밝힌 내용을 보면 분명한 의도를 알 수 있습니다.
안중근은 어떤 고뇌에서 이토 히로부미를 쏘았을까?"1909년 10월 26일 중국 하얼빈 역에 내린 이토 히로부미(伊藤博文)를 향해 6발의 총을 발사한 안중근은 러시아 말로 세 차례 '대한 만세'를 외쳤다. 그리고 곧 체포되어 재판을 받은 후 이듬해 3월 26일에 뤼순감옥에서 사형 당했다."(4쪽) 저자들은 "여기까지는 다 아는 이야기다"면서 한 발 더 깊이 들어가고 있습니다. "그러나 안중근이 왜, 어떤 고뇌를 거쳐 이토 히로부미를 쏘았는지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는 겁니다.
"안중근의 '영웅적 거사'만을 추앙하다보니 오히려 그의 '인간적 면모'는 우리로부터 멀어"지고, 안중근의 "친동생과 사촌형제, 조카 등 안중근 일가가 우리 근현대사에 남긴 발자취는 연구조차 제대로 되지 않은 채 '망각의 역사' 속에 묻혀 있다"고 반성합니다. 그러면서 이렇게 자조합니다.
"부끄럽고 안타깝게도 (안중근이) 순국한 지 100년이 넘었지만 우리는 아직까지 그의 유해조차 찾지 못했다. 그뿐 아니다. 부친의 묘는 북한에 있지만 그의 사후 독립운동에 뛰어든 안태건, 안태순 등 안 의사의 숙부를 비롯해 모친과 친동생 안정근, 안공근도 해방된 조국에 돌아오지 못했고, 그들이 어디에 묻혔는지조차 모르고 있다."(4쪽)이는 부끄러운 우리네 민낯입니다. 정부가 먼저 나서 독립유공자들의 유해와 자료 등을 체계적으로 조사 발굴해야 하건만 뒷전이라는 겁니다. "친일파 후손이 떵떵거리며 잘 사는 사이에 독립운동가 후손들은 숨어 지내기까지 했다"면서 "역사를 반성할 줄 모르는 민족은 또다시 역사의 횡포를 만날 것이고, 역사를 통찰할 줄 모르는 민족은 미래로 전질할 수 없다. 그런 점에서 누구나 다 알고 있는 것 같지만 실상은 아는 게 별로 없는 안중근 가문의 이야기를 나침반으로 삼을 필요성"을 거론하고 있습니다. 그러면서 이렇게 단언합니다.
"오늘날 한중일 3국의 상황은 100년 전과 크게 다르지 않다. 특히 과거 식민지 전쟁의 유제로 세 나라는 역사전쟁, 영토분쟁 등으로 대립과 갈등이 끊이지 않고 있다. 안중근의 다자간 통합 정신은 지금 이 시대에도 여전히 유효한 가치로 인정받고 있다.(중략) 특히 여전히 분단을 극복하지 못하고 통일의 여정을 가야 하는 우리에게 남과 북, 해외에 흩어져 있는 안중근 일가의 화합과 만남은 민족정기를 세우고 민족의 통합을 이루는 '통일의 아이콘'이 되기에 충분하다."(7쪽)저 역시<안중근家 사람들> 서문을 본 후 겉으로만 알았던 일제강점기 역사에 관심이 생겼습니다. 목차를 살폈습니다. 제1장 안중근 '영웅의 탄생과 죽음', 제2장 부친 안태훈 '투사를 키워낸 안씨 가문의 실질적 리더', 제3장 두 동생 정근과 공근 '해외를 떠돈 독립운동가', 제4장 부친 안태훈과 백범 김구, 제5장 격랑에 휩싸인 안중근의 후예들, 제6장 안중근가의 여성 '묻히고 잊힌 이름들', 제7장 차남 준생의 친일행적과 찾지 못한 유해들, 제8장 동양평화론의 메시지 등이었습니다. 차례 속에 들어있는 안중근 가문의 행적은 곧 우리네 과거의 삶이었습니다.
안중근 우덕순의 이토 히로부미 저격 준비 과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