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진희씨가 4월 14일 근로복지공단 창원병원 재활치료실에서 운동을 하고 있다.
민석기
피해자가 힘겨운 시간들을 보내고 있을 때, 가해자는 어떤 죗값을 치렀을까.
파견업체 드림아웃소싱은 진희씨 등 많은 사람들을 불법으로 파견한 죗값을 이미 치렀다. 이곳 대표 원아무개씨 본인과 회사에 부과된 벌금은 모두 합쳐 600만 원이었다. 원씨 쪽은 처음에 진희씨에게 병원비와 진료비 수백만 원을 지원했지만, 몇 개월 뒤 돈도 연락도 끊었다. 진희씨 아버지는 분통을 터트렸다.
"괘씸함이야 말도 못 하죠. 사람이 최소한 도의적 책임은 져야 하는 것 아닙니까." 불법 파견이 없었다면, 진희씨는 다치지 않았을 것이다. 기자는 파견업체에서 이진희씨를 담당했던 노아무개 부장에게 전화를 걸었다. 진희씨 얘기를 꺼내자 "아, 산재보험으로 큰돈 받으신 분"이라는 말을 늘어놓았다. 그에게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
- 제조업 파견이 불법인지 아셨나요?"정확히 불법인지 합법인지 제가 잘... 피해자 쪽도 속상하겠지만, 저희도 속상합니다. 사고 때문에 회사가 어려워져서 폐업했고 직장인들이 직장을 잃은 것 아닙니까."
전화를 끊고 구직 사이트를 살펴보니, 노 부장은 다른 파견회사 소속으로 최저시급 파견노동자를 모집하고 있었다.
BK테크 사업주 안아무개씨는 18일 진희씨 아버지를 찾았다. 보상해줄 재산이 없다면서 지금껏 한 푼도 내놓지 않은 그였다. 그는 재산이 많은 동업자에게 돈을 받아내겠다면서, 조심스럽게 형사사건 합의 얘기를 꺼냈다.
안씨는 공장에서 불법 파견으로 받은 청년들을 쓰고, 메탄올 사용에 따른 안전조치를 취하지 않아 진희씨와 또 다른 피해자 전정훈씨의 시력을 앗아간 죄로 재판을 받고 있다. 진희씨의 아버지는 안씨에게 "그렇게는 몬합니다"라고 잘라 말했다.
"지금까지 어떠한 성의도 보여주지 않은 사람한테 왜 합의서를 써주고 해요? 지금 우리가 어렵다고 하니 그렇게 말하는 것 같은데, 그런 말을 누가 못합니까. 나도 그런 말을 할 수는 있소!"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이겨도...진희씨의 부모님은 몸이 좋지 않아, 일을 할 수 없다. 기초생활수급자다. 그녀의 두 동생도 병원 치료와 간병으로 일을 못하고 있다. 진희씨가 산재보험으로 받는 휴업급여와 부모님의 기초생활수급비로 생계를 유지하고 있다. 산재보험 급여를 웃도는 간병비, 비급여처방, 병원 생활비 등을 빼고 나면 남는 돈은 많지 않다.
진희씨네는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소속 변호사들의 도움으로 드림아웃소싱, BK테크, 대한민국을 상대로 11억 원가량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문제는 승소해도 손해배상을 받을 길이 없다는 데에 있다. 두 업체는 폐업했고, 대표로 있던 사람들의 재산은 거의 없다.
진희씨를 돕고 있는 김종보 변호사(법무법인 휴먼)가 말했다.
"파견·사용사업주에 가압류를 걸었는데, 돈 될 만한 게 없었어요. 미리 재산을 빼돌렸을 가능성이 높은 것 같아요. 그런 재산을 찾아야 하는데, 쉽지 않네요."시력을 잃고 초능력을 얻은 그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