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치기' 워크숍 중 협의회의 한 장면(645N/PRO400H)정원과 한옥의 조화가 일품이었던 한 전통찻집에서 함께 모여 회의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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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기획하고 있는 '학교바꾸기 아이디어 공모전'은 엄청나고 커다란 것은 아니라고 할지라도 학교에서 무언가 바뀌어야할 부분이 있거나 새롭게 구상하고 싶은 것에 대해 학생들이 기획안을 제출하는 공모전이다. 교사동아리인 '자치기'에서는 그 아이디어를 보다 실현 가능하고 지속 가능하게 다듬어주고 실제로 실행을 할 때 상시적으로 지도교사가 되어 줄 것이다.
처음 시도해보는 사업인데다가 혼자의 힘으로 할 수 없는 일이라서 여러 모로 고민을 하다가 동료 교사들에게 도움의 손길을 내밀었고 모두들 흔쾌히 승낙을 해주었다. 이 날의 회의에서는 학생들이 아이디어를 낼 때 그들에게 적절한 틀과 출발점을 제공하기 위해 보다 세부적인 항목을 제시해야겠다는 필요성을 느껴 함께 머리를 맞대어 보았고 아래와 같은 결론을 얻었다.
1. 생기있는 아침시간, 보람있는 쉬는 시간, 즐거운 점심시간을 위해2. 선후배 간의 관계 개선을 위해3. 보다 적절한 개인용 전자기기의 사용을 위해4. 등굣길이 행복해지려면학생들은 이 네 가지의 큰 주제 중 하나를 선택하여 그에 맞는 창의적인 기획안을 내고, 선생님들은 그것을 평가, 보완하여 실행하는 데에 도움을 줄 것이다. 기획안을 실행할 때 필요한 인력들은 수시로 학생을 모집하여 해결하고 필요한 예산은 소소하지만 캠페인이나 자료 제작 용으로 미리 확보를 해 두었다.
위 네 가지의 틀은 학교가 추구해야 할 여러가지 가치들 중 학업과는 크게 관련이 없지만 학생들의 인성교육을 위해 꼭 필요한 부분들일 것이다. 지식 교육은 선생님들의 성실한 수업을 통해서 하면 되지만 위와 같은 측면들은 학교가 간과하기 쉽고, 또한 간과하지 않으려고 해도 딱히 돌파구가 없는 것이 현실이다.
이럴 때 오히려 고민의 주체를 학생들에게까지 넓히고, 교사와 학생이 함께 힘을 합한다면 실마리를 정확하게 찾아내지는 못한다고 할지라도 그것을 찾아가는 과정 자체가 아이들에게 좋은 경험이자 진정한 소속감을 갖게 하는 일이 될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아쉬웠던 진안의 풍경워크숍을 굳이 진안까지 오게 된 것은, 서로 간에 친목을 도모하고 끈끈한 관계가 형성이 되면, 그리고 아름다운 풍경을 통해 마음이 열리면 훨씬 더 창의적이고 유연한 회의가 진행될 것이라는 생각 때문이었다. 실제로 이 날 서먹하던 동료들 사이가 알아차릴 수 있을 만큼 가까워졌고 학교에서 한 학기가 지나도 다 못 나눌 것 같은 의미있는 대화들을 많이 나누었다.
하지만 정작 이들과 함께 나누고 싶었던 진안의 탐스러운 벚꽃은 거의 찾아볼 수 없었다. 백 그루에 한 그루 정도 피어있었을까. 너무도 아쉬운 마음에 즉흥적으로 장소를 바꾸어 이튿날 완주군에 위치한 만경강 하류 뚝방길에서 30분 정도 벚꽃을 구경하는 시간을 가졌다. 아쉬웠지만 그 아쉬움이 있어서 오히려 더 웃을 수 있었던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