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 절밥은 왜 그리도 맛이 좋습니까> / 지은이 박찬일 / 펴낸곳 불광출판사 / 2017년 4월 7일 / 값 16,000원
불광출판사
<스님, 절밥은 왜 그리도 맛이 좋습니까>(지은이 박찬일, 펴낸곳 불광출판사)는 요리사인 저자가 사찰 음식으로 널리 알려진 스님들과 전국방방곡곡을 동행하며 담은 기행문이자 지역별, 계절별, 음식별 조리법입니다.
저자가 아무리 요리사라고 하지만 전생에 어떤 덕을 쌓아 이런 특혜(?)를 누리는지 부럽기만 합니다.
회심곡에 나오듯 좋은 밭에 원두 심어 행인해갈하고, 배고픈 이 밥을 주어 아사구제 하였으며, 목 마른 이 물을 주어 급수공덕을 하였나 봅니다.
그렇지 않고서야 어찌 이리도 많은 스님들과 음식을 주제로 한 기행을 할 수 있을까에 대한 설명이 궁해집니다.
저자와 동행하는 스님들은 사찰음식하면 내로라하는 스님들입니다. 그런 스님들과 지역곳곳을 찾아다니며 체험을 하듯이 직접 만들기도 하고, 전수를 하듯이 몸소 조리까지 해가며 전개되는 음식이야기입니다.
"사찰음식이 뭐예요?"내게 물으신 건가. 그러시더니 "무맛이요, 무맛" 하고 스스로 답한다. 맛을 내는 게 이상한 거지……. 혀를 차지는 않았지만, 스님 말씀 사이의 조용한 간격. 시속의 음식 문화에 대한 직설이다. 참된 미각을 잃어버린 세상. 나조차 그러하다. 매일 간사한 맛에 길들여지면 참맛을 모르는 게 당연한 일. 생각해보면, 오늘 악행을 하면 내일 더 큰 악행을 하듯, 음식과 맛도 몸이 길들여진다. 매일 고농도의 맛이 혀에 퍼부어지니, 순수한 맛을 달게 여길 수 없다. 그게 세상의 이치다. - <스님, 절밥은 왜 그리도 맛이 좋습니까> 78쪽.봄에는 제철 나물인 냉이, 미나리, 고사리, 명이 나물을 주제로, 여름에는 보리, 오이, 감자, 옥수수 등을 주제로 한 음식들을 이야깃거리로 버무렸습니다.
"요새는 맛이 다 달려들기만 하지 이처럼 순하고 솔직한 느낌을 내지 않아요. 그래서 이 두부가 더 각별합니다."스님이 두부를 저으며 한마디 보탠다. 달려든다. 그 말을 원고를 쓰면서 다시 음미한다. 무섭다. 우리의 맛은 미친 듯 달려드는 것들에 미혹되어 있지 않은가. 김 사장이 두부를 천천히 젓는다. 열과 수분을 조절하고, 단백질의 응고를 가져오는 젓기의 기술이 거기에 있다. 급하게 저으면 좋은 두부를 만들 수 없다."두부는 원래 게으른 며느리가 잘 만든다, 이런 말도 있잖아요. 천천히 해야 좋은 두부가 됩니다." - <스님, 절밥은 왜 그리도 맛이 좋습니까> 236쪽사찰음식하면 내로라하는 열세스님과 버무린 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