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그러운 봄에 나무타기 놀이

[시골노래] 우리 집 감나무 놀이터

등록 2017.04.17 15:20수정 2017.04.17 1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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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아이가 문득 어디론가 사라졌다 싶더니 뒤꼍에서 까르르 소리가 퍼집니다. 두 아이가 무엇을 하기에 뒤꼍에서 저렇게 웃으며 노는가 싶어 궁금합니다. 슬금슬금 뒤꼍으로 가 봅니다. 큰아이도 작은아이도 우리 집 뒤꼍 감나무를 타고 놉니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작은아이는 이 감나무를 못 탔어요. 작은아이는 지난해까지 누나를 올려다보면서 낑낑거렸습니다. 저도 나무를 타고 싶다고, 저도 올려 달라고 했지요.


 나무를 타는 두 아이.
나무를 타는 두 아이.최종규

 아직 감나무에 새잎이 안 돋던 지난주. 작은아이는 일곱 해 만에 나무타기를 해냅니다.
아직 감나무에 새잎이 안 돋던 지난주. 작은아이는 일곱 해 만에 나무타기를 해냅니다.최종규

그렇지만 큰아이도 저도 작은아이를 나무에 올려 주지 않았습니다. 작은아이가 스스로 아귀힘이랑 다리힘을 길러서 나무를 탈 때까지 '나무를 못 탈 뿐이지' 하고 여겼어요.

올봄 드디어 작은아이가 아귀랑 다리에 힘을 붙여 누나 못지않게 나무를 붙잡고 오릅니다. 오로지 제 힘으로 감나무를 타고 오른 작은아이는 싱글벙글 웃음꽃이 핍니다. 감나무는 두 아이 웃음꽃을 받아들이면서 새잎을 틔워요. 더욱 튼튼하게, 더욱 단단하게, 더욱 싱그럽게 우리 집 뒤꼍을 지켜 주는 감나무입니다.

 나무에 디딘 아이들 발
나무에 디딘 아이들 발최종규

 나무를 오래 타서 다리에 힘이 풀리니 슬슬 밑으로 내려옵니다.
나무를 오래 타서 다리에 힘이 풀리니 슬슬 밑으로 내려옵니다.최종규

"저기 봐. 지붕 너머에 우리 집 후박나무가 보여!"
"저기 봐. 모과나무가 아주 많이 컸어. 거의 감나무 키만 해!"
"우와, 여기에서 우리 도서관이 보여!"

사월이 무르익는 봄날 감나무를 타며 노는 아이들 말소리에서는 !가 꼭 붙습니다. 나무를 타며 높은 데에서 둘러보고 내려다보니 모두 달라 보이나 봐요. 아버지는 저 밑에 있습니다. 구름하고 한결 가까워집니다. 하늘을 나는 새가 부럽지 않습니다. 감나무를 타고 높이 올라가서 맞이하는 바람은 매우 시원하고 싱그럽습니다.

앞으로 이 나무가 더 크게 자라서 아이들이 더 높이 올라갈 수 있기를 빌어 봅니다. 쉰 해 뒤에도 백 해 뒤에도 새로운 아이들이 우람한 감나무를 타고 오르면서 까르르 웃음을 터뜨리고 싱그러이 봄바람을 쐴 수 있기를 비는 마음입니다.


 큰아이는 틈만 나면 나무에 멋지게 오릅니다. 감잎이 새로 돋으며 한결 싱그러운 사월 봄날.
큰아이는 틈만 나면 나무에 멋지게 오릅니다. 감잎이 새로 돋으며 한결 싱그러운 사월 봄날.최종규

 나무는 무척 오랫동안 아이들하고 동무가 되었어요.
나무는 무척 오랫동안 아이들하고 동무가 되었어요.최종규

 지난해 이맘때 모습. 나무를 타는 누나를 부러워하는 작은아이.
지난해 이맘때 모습. 나무를 타는 누나를 부러워하는 작은아이.최종규

덧붙이는 글 이 글은 글쓴이 누리집(http://blog.naver.com/hbooklove)에도 함께 올립니다.
#시골노래 #시골살이 #고흥 #삶노래 #아이키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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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꽃(국어사전)을 새로 쓴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를 꾸린다. 《쉬운 말이 평화》《책숲마실》《이오덕 마음 읽기》《우리말 동시 사전》《겹말 꾸러미 사전》《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시골에서 도서관 하는 즐거움》《비슷한말 꾸러미 사전》《10대와 통하는 새롭게 살려낸 우리말》《숲에서 살려낸 우리말》《읽는 우리말 사전 1, 2, 3》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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