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식도 없이 이어지는 노동돌고래 장꽃분 씨는 고래생태설명회가 끝나도 해저터널을 찾은 관람객들을 위해 수족관을 이리저리 쏘다녀야 한다. 점심시간이 별도로 없어 휴식을 요령껏 챙겨야 한다.
최수상
하지만 임금은 받지 못합니다. 수당도 없습니다. 주 51시간에 이르는 근로시간에 비해 주어지는 것은 식대와 숙소, 건강검진, 의료비 정도입니다.
근로기준법은 노동자의 기본 생활을 보장하도록 하고 있는데, 장꽃분 씨는 근로계약서를 작성하지 못했고, 근로기준법의 보호도 전혀 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노동형태는 정규직도, 비정규직 어디에도 해당되지 않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이런 모습 어디서 본 것 같지 않았습니까? 예. 맞습니다. 한 지적장애인이 19년 동안 무일푼 강제노역에 시달린 청주의 '축사노예' 사건과 앞서 국민적 공분을 샀던 신안 염전의 현대판 노예 사건이 떠오릅니다. 또 사극에서 등장하는 불쌍한 노비들의 모습도 연상이 됩니다. 노예와 노비 가진 공통점은 모두 비인격적인 대우를 받으며 평생동안 노동력을 착취당한다는 것입니다.
동물원의 사자와 '꽃분이'의 차이도 바로 '노동' 여부에 있습니다. 동물원 사자와 기린,곰 등은 우리에 갇혀 있지만 관람객에게 '쇼'(노동)를 제공하지는 않습니다. 물론 전 세계 곳곳에서 쇼에 동원되는 동물은 많습니다만 그런 행위는 동물학대 범주안에서 자유롭지 못하고 선진국일수록 줄어들고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농촌에서 기르는 소와 말의 노동은 어떠하냐고요? 이미 가축화된 동물에 대해서는 동물복지사육과 관련한 법 제정 등 어느 정도 사회적 합의가 이뤄져 있습니다. 단, 가축이라도 동물학대는 그냥 넘길 수 없습니다.
인간에게 포획되기 전 돌고래 장꽃분 씨는 고향인 태평양에서 일한 만큼 신선한 먹이를 먹고 유유자적 푸른 바다를 여행할 수 있었던 자유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감옥살이도 모자라 노동력까지 착취당하는 비운을 겪고 있습니다.
4년 동안 서울수족관에서 돌고래 쇼에 강제동원 되었다가 2013년 고향인 제주바다로 되돌아 간 '제돌이'처럼 장꽃분 씨도 고향으로 되돌아갈 수 있을까요?
장꽃분 씨는 올해 19세로 주민등록증도 있지만 아쉽게도 5월 9일 대선에는 투표권이 없습니다. 투표권이 있다면 아마도 한국 내에 갇혀있는 돌고래 60여 마리를 다시 바다로 돌려보내줄 후보에게 투표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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