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取중眞담]은 <오마이뉴스> 상근기자들이 취재과정에서 겪은 후일담이나 비화, 에피소드 등을 자유롭게 쓰는 코너입니다. [편집자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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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리 뜨는 안철수 국민의당 안철수 대선후보가 16일 오후 서울 노원구 노원 문화의 거리를 방문해 시민들과 인사한 후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안 후보의 부인 김미경 서울대 교수가 의원 사무실 직원들에게 사적인 업무를 지시한 데 대해 기자 질문을 받은 안 후보는 "아내가 사과했습니다. 저도 같은 마음입니다."라는 두 마디만 남기고 이 자리를 떴다. ⓒ 남소연
-기자A: 김미경 교수(부인)가 의원실 직원을 사적으로 동원한 데 대해 사과했고, 안 후보가 직접 원고 교정 지시했다는 보도도 나왔습니다. 관련해 민주당이 '공사 구분을 못 하는 후보'라고 비판 논평을 냈는데, 어떻게 답변하시겠습니까.
-안철수: 아내가 사과했습니다. 저도 같은 마음입니다.
-기자B: 문자메시지를 통해 보낸 네 줄짜리 사과문이 부족하고 성의 없었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안철수: 이미 말씀드렸습니다.
16일 오후, 서울 노원 롯데백화점 앞에서 만난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의 모습이다. 재차 이어진 질문에도 안 후보는 "이미 말씀드렸다"며 더 이상의 언급을 피했고, 다음 일정이 있다며 바로 차를 타고 이동했다. 순간 당황했다. 안 후보는 사과한 걸까, 하지 않은 걸까. 철 지난 유행어처럼 사과를 한 것 같기도, 아닌 것 같기도 한 '같기도' 사과였다.
지난 13일 <JTBC>는 2015년에 안 후보의 부인 김미경 교수가 안 후보 의원실 보좌진에게 출장 기차표 예매·강의 자료 검토 등 사적 업무를 시켰다고 보도했다. 이어 14일에는 안 후보가 보좌진에게 직접 김 교수 원고 교정을 지시했다고 전했다. 김 교수가 사적으로 보좌진을 동원한 과정에 안 후보도 직접 관여한 정황이 추가된 것이다.
그러나 16일까지 상황을 보면, 안 후보는 과거 자신이 직접 보좌진에게 사적 업무를 지시했다는 부분에 대해서는 따로 시인하거나 해명하지 않았다.
그는 이날 관련한 질문에 "아내가 사과했고, 저도 같은 마음"이라고만 답했다. 본인의 잘못은 시인하는 걸까? 안 후보 측 김경록 대변인에게 '같은 마음'이 무슨 뜻인지 물었으나, 김 대변인은 '회의 중'이라며 전화를 받지 않은 뒤 이후 문자를 보내왔다. "그 워딩(같은 마음) 그대로 살려주세요"라는 답변이었다.
전날(15일) 대통령 후보 등록 때, 안 후보는 본인 소감만을 밝힌 뒤 질문을 받지 않고 자리를 떠났다. 애초 안 후보 측에서 먼저 '기자 브리핑' 시간을 따로 공지한 데에 비춰보면 이해가 어려운 상황이었다. 당황한 기자들이 후보를 쫓아가며 질문했지만, 그는 대답 없이 차량에 그대로 탑승했다고 한다. 현장에 갔던 한 기자는 "공보실이 먼저 질문을 받겠다고 해서 기자들이 준비 중이었다"며 "안 후보가 소감을 말하곤 바로 가버렸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후보가 떠난 뒤 현장에서는 대변인단을 향한 기자들의 항의가 쏟아졌다. '질의응답도 없이 그냥 가는 경우가 어딨나'란 한 취재진의 항의에, 당시 동석했던 최경환 비서실장은 "(다음 일정) 시간이 10분 정도 딜레이(연기)됐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당시 안 후보의 공식 일정은 오전 9시 후보등록 하나뿐이었다. '비공개일정이 급한 것도 아닌데 그렇게 가야하나. 논란에 대한 답변이 준비되지 않은 탓에 후보가 피하는 것 같다'는 기자 항의가 이어지자, 최 실장은 "아니"라고 부인하며 "멀리까지 오셨는데 죄송하다"고만 답했다. 이날 현장에 같이 갔던 한 의원은 관련해 "다음 일정이 매우 급한 것 같더라. 밖으로 표시할 수 없는 일정, 사람 만나는 일정이 많다고 들었다"라고 속내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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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날(15일)인 대통령 후보 등록 때에도 안 후보는 이례적인 모습을 보였다. 기자들의 질문을 받지 않고 본인의 후보 등록 소감만을 밝힌 뒤 자리를 떠 기자들의 항의를 받은 것이다. 15일 오전 경기도 과천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서 제19대 대통령 선거 후보자 등록을 마친 안 후보의 모습. 오른쪽은 최경환 비서실장. ⓒ 유성호
안 후보, 기자질문 피하나... 비서실장 "안철수만큼 잘 하는 사람 있나"
'혹시 안철수 후보가 기자들을 피하는 것은 아닐까'. 이런 의심이 들기 시작한 건 지난 11일 오후께부터였다. 안 후보가 '사립유치원 교육자대회'에 갔다가 "대형 단설 유치원 신설을 자제하겠다"라는 발언을 해 크게 논란이 된 뒤의 일이다. 이 발언이 학부모들의 비판을 사자 안 후보는 같은날 SNS를 통해 "오늘 유치원 정책과 관련해 전달 과정에 오해가 있었다"라며 진화에 나섰으나, 비판 여론은 쉽사리 가라앉지 않았다.
다음 날인 12일부터 안 후보와 출입기자들 간에 일종의 '술래잡기'가 시작됐다. 그 전의 안 후보와는 달리, 기자들과의 질의응답을 꺼리는 듯한 모습이 감지된 것이다. 하루 4~5개 일정을 바쁘게 소화하는 데 반해 기자들과의 질의응답 시간인 '백브리핑'은 1일 1회 정도로 줄어들었고, 시간도 짧아졌다. 안 후보는 13일 오전 '2017 국민의 선택 대통령 후보 초청 토론회' 녹화 뒤에도 아무런 질의응답 없이 다음 현장으로 이동했다.
같은 날 오후 한국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가 주최한 토론회를 마친 뒤 브리핑을 하긴 했으나, 긴 시간은 아니었다. 그는 여기서 민주당이 제기한 '김미경 교수의 추가 의혹'과 관련한 질문에 "의혹과 네거티브는 다르다"라고 선을 그었다. "제가 토론을 요청한 뒤 매일같이 네거티브 공세를 하며, 네거티브 뒤로 문재인 후보가 숨었다. 국민들이 다 알고 5월 9일에 심판할 것"이라는 설명이었다.
다음 날에도 안 후보는 기자들과 질의응답을 하지 않았다. 전날(13일) 밤 JTBC 보도로 부인 김 교수의 '사적 동원 의혹'이 제기된 터였다. 오전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무역인과의 간담회 뒤에도, 오후 학부모와 함께하는 육아정책 간담회 뒤에도 기자 질의응답 시간은 없었다. 더구나 이날 안 후보의 정책 공약은 참석자들에게 환영받지 못하는 분위기였다(관련 기사: 안철수 보육공약, 이번에는 사립유치원 반발).
안 후보가 부인의 '동원 의혹'과 관련해 길게 언급한 것은 14일 오후 <TV조선>에 출연했을 때가 유일하다. 그는 여기서 "(아내가) 저를 도와주려 최선을 다했다. 작년 총선 때 제가 수도권에 출마하면서 지역구는 돌보지 못했는데, 그 때 제 아내가 틈틈이 주민들 손을 잡고 호소했다. 미안한 마음이 크다"라고 말했다. 앞서 김 교수가 당 공보실 알림 문자를 통해 "제 불찰이다, 고개 숙여 사과드린다"라며 '네 줄 사과'를 한 직후의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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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민의당 안철수 대선후보가 16일 오후 경기도 안산 단원구 세월호참사 희생자 정부합동분향소 앞에서 열린 3주기 추모식에서 발언을 마치고 발언문을 넣고 있다. ⓒ 이희훈
기자 질의에 2분 10초 쓴 안철수... 본인 의혹도 적극 해명해야
이날 오후 8시께 JTBC 보도를 통해 안 후보 본인과 관련한 '사적 동원 관여' 의혹이 추가로 제기됐으나, 답변은 없었다. 안 후보는 15일에는 후보 등록 외에는 아예 공식 일정이 없었고, 16일에도 관련한 질문에 '같은 마음'이라며 짧게만 언급했다. 안 후보의 속 시원한 해명이나 사과를 들을 기회는 없었던 셈이다.
안 후보 측에 '돌직구' 질문을 던졌다. 16일 오후 최경환 비서실장과 한 통화에서 기자가 '안 후보가 기자들 질의응답을 피하는 것 같다'라 지적하자, 최 실장은 "그렇지 않다. 왜 그렇게 생각하느냐. 오늘도 질의응답을 하지 않았느냐. 이 분만큼 백블 잘하는 분이 어디있냐"라고 따지는 듯한 말투로 항변하며 "그런 이야기 하지 말라"고 답했다.
그러나 안 후보가 이날 현장에서 기자들과의 질의응답에 쓴 시간을 재어보니 약 2분 10초 뿐이었다. 물론 안 후보 측에서는 '조기 대선'을 이유로, 급박한 일정에 최대한 많은 지역 유세를 다녀야 한다고 해명할 수 있다. 그러나 본인이 연루된 핵심 의혹은, 먼저 나서서 자세하고 적극적으로 해명하는 것이 당연지사다.
안 후보는 이후 경기 안산 합동분향소 세월호 3주기 추모식에 참석했으나, 추모사 도중 청중들의 야유를 받았고 시민들로부터 "평소에 잘하라", "갑질하니 좋느냐"는 등 항의를 들었다고 한다. 이후 안 후보를 따라가며 기자들이 재차 '안산에서 후보님에 대한 여론이 왜 이렇다고 생각하느냐'는 등 질문을 던졌지만, 그는 여기에도 답변하지 않은 채 빠르게 이동했다(관련 기사: 세월호 기억식 간 대선후보들, 안철수·유승민 야유받기도).
안철수 후보는 지난 5일, 당 대선 후보로 선출된 뒤 가진 첫 기자간담회에서 "문재인 후보께 양자 끝장토론을 제안하고 싶다"며 '철저한 후보 검증'을 강조한 바 있다. "짧은 30일 동안 누가 준비된 사람인지, 국민이 판단하도록(해야 한다)"며 한 말이다. 당시 그의 말을, 기자들 질문을 피하는 듯한 지금의 안 후보에게 그대로 돌려주고 싶다. '의원실 직원 사적 동원 지시'와 관한 본인 의혹 보도에도 당당하게 또 충분히 해명해야 한다고 말이다.
"우리가 지난 박근혜 전 대통령을 뽑고 그에 따른 폐해를 많이 깨닫고 있지 않은가. 박 전 대통령은 본인이 가진 생각이 아니라, 전문가가 만들어준 정책을 외우거나 읽거나 하면서 미처 검증이 안되고 하면서 (대통령에) 당선된 것이다. 아무 준비된 서류 없이, 맨몸으로 미국 토론처럼 끝장토론을 하면 실제 그 사람을 알 수 있을 것이다. 이는 국민의 권리라고 말씀드리고 싶다." - 4월 5일 안철수, 후보 선출 뒤 첫 기자간담회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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