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계종 자승총무원장 체제에 맞서 직선제 투쟁을 벌이고 있는 <조계종 총무원장 직선 실현을 위한 대중공사>에서 대변인을 맡고 허정스님
송성영
서산에 잠시 머물러 있던 허정스님은 서울로 올라가 '조계종 총무원장 직선 실현을 위한 대중공사'에서 대변인을 맡아 바쁜 일상을 보내고 있었다. 차분히 마주 앉아 인터뷰할 시간도 마땅치 않아 조계종단에서 총무원장 직선제가 왜 필요한 것인지 현 총무원장 체제의 문제점은 무엇인지 좀 더 자세히 알아보기 위해 설문지를 보냈다. 다음은 설문지를 통한 허정 스님과의 일문일답 내용이다.
-총무원장 직선제 운동을 언제부터 시작했는지요. 100인 사부대중 대중공사에 참석하여 활동하였습니다. 스님들과 재가자들이 모여서 종단의 현안을 논의 해보고 대안을 찾아보자. 또 종단의 대화와 토론 문화를 가꾸어보자는 취지에서 시작된 토론그룹입니다. 그때 종단현안에 대해 깊이 생각하게 되었던 것입니다.
- '총무원장 직선 실현을 위한 대중공사'는 어떤 모임이고 어떤 활동을 하고 있습니까?작년 9월 종회를 대비하여 만들어진 '총무원장 직선 실현을 위한 대중공사'는 소수의 인원임에도 불구하고 여러 가지 일들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이번 3월 종회를 대비하여 교계신문에 직선제 홍보 광고를 냈고 불교인터넷 신문에도 지속적으로 광고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스님들의 참여를 이끌어 내기 위해 "직선제 ok"를 뜻하는 ok 손 모양 인증샷 보내기 운동을 하고 있으며 곧 포스터, 호소문 등을 담은 우편물도 발송하고 동영상도 제작하여 발송할 예정입니다.
우리의 최종 목적은 "승가는 풍족해도 스님들은 청빈하게" 사는 승가 공동체 회복입니다. 그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청정한 지도자를 뽑아야 합니다. 그 방법이 대중의 뜻으로 지도자를 선출하는 직선제입니다.
- 현행 조계종 총무원장 선출제도의 문제점은 무엇인지요.현행 간선제 총무원장 선출은 종회의원 81명, 각 본사에서 10명씩 240명, 총 321명의 선거인단에서 투표로 선출하게 되어있는데 이 가운데 160~170명만 포섭하면 총무원장에 당선 됩니다.
그래서 평상시에 이들을 포섭하려고 심혈을 기울이게 되고 거기에서 특정세력이나 특정인의 매수, 밀약이 이루어지는 거지요. 그래서 총무원장이 당선되면 그들과의 이권 약속을 지키려고 다른 일을 못해요. 또한 정치적 동지인 그들이 범계행위를 해도 처벌하지 않는 등의 문제가 발생해 승가의 화합에 심각한 갈등요소가 되었구요.
이런 폐단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다음 선거 때는 다른 후보들도 일대일로 사람을 포섭하는 그런 선거경쟁을 하게 됩니다. 선거 직전에 봉투를 주면 뇌물이지만 평소에 유권자들에게 꾸준히 봉투를 드리면 수행자 외호 또는 어른스님 공경이 되거든요. 이렇게 선거권을 가진 사람만 꾸준히 관리를 하니 대다수 스님들은 소외되고 정작 불교가 이 시대에 마땅히 해야 할 일을 못하게 됩니다.
- 직선제를 할 경우 비용이 많이 들어 금권 선거가 활개 칠 것이라는 우려도 있는데...그렇습니다. 직선제가 만병통치약은 아닙니다. 박근혜도 직선제 대통령인데 나라를 엉망으로 만들었잖아요. 직선제는 민주주의 꽃으로 철저하게 그 단체의 대중 수준과 함께 갑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직선제를 원하는 것은 전체 대중의 뜻을 묻는 것이 불가의 전통이기 때문입니다.
율장에서는 대중에게 두 번 물어서 소임자(지도자)를 선출했습니다. 덕망이 높은 사회자가 '아무개스님을 소임자로 추천합니다.' 라고 한 번 공지를 하고 '아무개스님이 소임자가 되는데 이의가 없으면 침묵하시고 이의가 있으면 말씀하세요.' 라고 다시 한 번 물어서 대중이 침묵하면 소임자가 되는 방식입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같은 지역 (하루 동안 걸어서 왕래가 가능한 범위)에 사는 모든 대중스님들에게 의견을 묻는 것입니다. 그것은 모든 대중이 그분을 소임자로 받아들인다는 약속이지요. 이래서 승가의 화합이 유지됩니다.
그런데 요즘은 교통의 발달로 대한민국이 모두 1일 생활권이 되었고, 같은 종지(宗旨)를 따르는 '종단(宗團)'이라는 것이 생겨서 총무원장 같은 종단승가의 소임자를 선출하고 있습니다. 여기에는 부처님 때와는 다르게 비구니승가도 포함되고 문중(門衆)이라는 특정세력들도 존재하여 옛날처럼 만장일치가 어렵습니다. 그래서 간선제 투표를 하게 된 것인데 간선제도 문제가 많아 이제 직선제요구가 높아진 거지요.
직선제 방법에 있어서 저희는 1인2표제를 제안하고 있습니다. 이것은 한 사람이 2표를 행사하는 것인데 1표(인연표)는 평소 가까운 인연 있는 후보에게 투표하고 1표(양심표)는 평소 존경하고 능력 있는 후보에게 투표할 수 있습니다. '인연표'는 분산되는 표이고 '양심표'는 모아지는 표이기에 최종적으로 양심표에 의해 지도자가 선출되게 됩니다.
이 방식의 장점은 설사 후보자가 금권선거를 시도하더라도 효과가 없다는 것입니다. 10년 이상의 비구와 비구니 스님들이 투표하게 되면 8500명이 유권자가 됩니다. 유권자가 많아질수록 유권자를 컨트롤하기가 어려워지기 때문에 직선제는 간선제보다 금권선거 가능성이 훨씬 적습니다.
- 직선제가 실행되면 비구니 스님들도 투표에 참여 할 수 있나요?여성대통령, 여성 당대표가 되는 이 시대에 불교의 비구니 스님들은 아직도 중앙종회의원, 총무원장 투표권이 없습니다. 직선제가 되면 비구니 스님들도 투표권을 갖게 되어 승가 안에서 실질적인 평등이 이루어집니다.
- 직선제와 민주주의의 실현은 불법과 어떤 의미가 있다고 보십니까.여기서 불법의 진리는 진리 그 자체를 추구하는 관점이 아니라 불교 공동체의 생활규범이어야 합니다. 그러므로 승가의 규칙을 담고 있는 율장에 의거해서 이야기를 해야 합니다. 같은 지역에 사는 대중전체(현전승가)의 뜻을 묻는 대중공사(갈마제도)와 직선제는 대중의 뜻을 존중한다는 점에서 동일합니다.
다만 예전에는 같은 지역에 사는 승가대중(현전승가)은 소수였기에 만장일치가 가능했지만, 지금은 다양한 세력이 존재하는 종단 자체가 승가이기에 현대사회처럼 선거를 해서 다수결을 택하는 것이 맞다고 봅니다. 선거로 지도자를 선출하는 방법에 동의하는 것은 이미 구성원들이 선거결과를 받아들이겠다고 동의한 것이고 이런 면에서 승가대중은 만장일치를 보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직선제는 한국 사회에 어떤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보십니까?평등하고 청정한 승가공동체의 구현은 물질만능주의와 경쟁사회에 지친 이들의 의지처가 되고 희망이 됩니다. 젊은이들의 출가가 늘어나고 불교가 국민화합에 도움이 됩니다. 직선제를 구성원 81%가 지지한다면 더 이상 지지부진한 논의를 끝내고 어떻게 실행할까를 고민해야 합니다. 대중의 지지를 외면하기 위해 꼼수를 부린다면 대중의 거센 저항과 마주하게 될 것입니다. 대중의 뜻을 외면하는 비상식적인 집단은 사회의 적폐가 됩니다.
-다가오는 총무원장 선거에서 직선제 가능성이 있다고 보십니까?전망이 밝지는 않습니다. 깊이 들여다보면 우리는 직선제를 통해 승가의 공적유산을 공적(公的)으로 사용하자는 것이지만 현재 기득권이라고 할 수 있는 스님들은 공적유산을 사적(私的)으로 사용하는데 이미 길들여져 있습니다. 그들이 직선제를 반대할 것입니다.
그러나 80.5%라는 대중의 뜻이 이미 확인된 만큼 그들의 논리는 힘을 잃을 것으로 보입니다. 만약 이번에 직선제법이 종회통과를 못한다 하더라도 우리의 노력은 대중을 깨우는 효과가 있습니다. 올 10월에 직선제를 지지하는 후보자가 나오도록 유도할 수도 있습니다. 공적인 삶터에서 공심(公心)으로 살아가는 것은 탐진치를 버리는 수행자들의 생활방식입니다. 이러한 생활방식이 아니라면 불교는 사회의 희망이 될 수 없으며 진실한 수행자도 되기 어렵습니다.
"스님들 제적하고 언론 출입 막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