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ㄱ고등학교의 학칙 내용 일부이다.
청소년신문 요즘것들
포옹, 입맞춤이 '불건전한 이성교제'?한편 그 '불건전한 이성교제'의 내용을 특정 행위로 구체화하여 서술한 학칙도 있다. 위는 울산 ㄱ고등학교의 학칙 내용이다. "포옹, 입맞춤, 무릎위에 앉기" 등을 하면 벌점을 받고 반성문을 쓰도록 하고 있다. 포옹과 입맞춤 등 스킨십을 하면 '불건전'하다는 것이다. 사전적 의미대로 '건전하다'를 탈이 없고 건강한 상태,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고 위태롭지 않은 상태를 의미한다고 생각해보면 상호 자발에 의한 포옹이나 입맞춤이 왜 건강하지 못하고 한쪽으로 치우쳐 위태로운 것인지 이해하기 어렵다.
우리 사회는 정상적인 성과 비정상적인 성을 나누고 비정상적인 성에 대한 억압과 처벌을 가한다. 특히 청소년의 성은 비정상적인 성으로 취급되어 건강하지 못한 것, 위태로운 것, 잘못된 것으로 여겨져 자연스럽고 자발적인, 누구에게도 해가 되지 않는 행동이 처벌되기도 한다. 한 사회에서 어떤 집단이 어떻게 대우받는지를 분석할 때 그 집단의 성이 어떻게 취급되는가는 중요한 판단 근거가 된다. 청소년의 성에 대한 낙인과 처벌은 이 사회에서 청소년이 소수자의 위치임을 드러낸다.
한편 청소년을 자발적 행위가 가능하고 그럴 권리가 있는 주체로 보지 않는 우리 사회에서, 청소년의 성은 '비행' 아니면 '피해'라는 이분법적 프레임으로 해석되는 경우가 잦다. 청소년은 때론 성적자기결정'권'을, 때론 성적자기결정'능력'을 부정당하는데, 성적자기결정권을 부정당한 결과 그 성은 비행이 되고 성적자기결정능력을 부정당한 결과 그 성은 피해가 된다.
성과 관련하여 청소년이 비행청소년으로 취급당하지 않으려면 스스로가 피해자임을 입증해야 하는 것이다. 물론 타인의 성적자기결정권을 침해하는 성폭력은 잘못된 행동이라는 점에서 누구에게나 비행이고, 성폭력 피해는 누구에게나 피해이다. 하지만 누군가의 성 자체가 비행 혹은 피해 두 가지로만 해석되고 그에 따른 처벌이나 낙인이 주어진다면 이것 자체로 또한 당사자의 성적자기결정권에 대한 침해일 것이다.
성폭력을 정조나 순결에 대한 침해가 아닌 성적자기결정권과 성적 자유에 대한 침해로 이해하는 사회적 인식과 더불어, 사회적 처벌과 낙인을 통해 청소년을 비롯한 사회적 소수자의 성적자기결정권을 침해하는 것에 대한 경각심도 필요하다. (필자가 쓴 다른 기사, 청소년신문 <요즘것들> "여전히, 학교는 연애탄압중"에서 인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