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피는 봄인데, 서울특별시의 장거리 버스 이용객에게는 잔혹한 봄이 되었다. 사진은 와산교.
박장식
국내에서도 '포켓몬 고' 게임이 정식 발매되면서 시민들이 장거리 버스노선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 한두 시간 씩 타고 다니면서 버스가 정류소에 정차하거나 신호에 걸려 멈추면 포켓스탑을 방문하고, 포켓몬도 잡아서 몬스터볼을 꽉 채울 수 있기 때문. 서울 163번, 서울 2016번, 753번 등 다양한 버스노선이 주목받았다.
지난해 12월 서울시는 시내버스 노선 분할·단축 운영 계획을 발표했다. 60km 이상의 장거리 노선은 기사에게 불편을 주고, 시민들에게 안정된 서비스를 제공하기 어렵다는 이유다. 실제 163번 버스는 지난 2월 173번과 674번으로 나뉘었다. 해당 버스를 자주 이용했던 시민들은 '집 앞에 서던 버스가 대책 없이 축소되는 상황'이라며 불만을 터트리고 있다. 버스 관련 커뮤니티에도 노선 단축을 비판하는 글이 올라온다.
이 버스를 이용하는 탑승객 중에 장거리 구간을 주로 이용하거나(서울 700번), 장거리 구간을 폐지하면 대체 노선이 없어 문제를 겪는(서울 108번) 이들이 많기 때문이다. 일례로 지난 2월, 성남 462번 버스의 단축안이 거리에 내걸리자마자 해당 구간을 이용하는 시민들의 민원이 폭증하여 노선을 경유하는 서울시가 결국 백기를 들고 노선 단축을 없던 일로 하는 경우도 있었다.
버스 노선 단축은 단순히 '포켓몬 고를 편하게 즐기기 어렵다'는 문제에서 그치는 일이 아니다. 버스 노선 단축은 서울특별시와 노선 이용객, 버스회사, 이 세 톱니바퀴가 잘 맞물려 돌아가야 가능한 것인데, 이게 원활하지 않으면서 빚어지는 문제다. 현재 서울특별시는 703번, 706번 등 노선들에 대한 단축 계획안을 준비 중인 상태로 알려졌다. 최근 논란이 되는 장거리 버스 단축에 대해 이야기해 볼까 한다.
장거리 굴곡 노선에 기사들은 '시름'고속버스를 운행하는 4시간과 시내버스를 운행하는 4시간의 차이는 매우 크다. 시내버스의 경우 중간에 쉴 수 있는 휴식 정류소가 없는 데다가 고속도로와 태생적으로 다른 시내의 정체 도로를 달리기 때문이다. 그마저도 안정적인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중앙버스전용차로와 달리 꽉 막히는 도로 한가운데를 비집고 도로 끝의 정류소에 수십 번씩 정차하는 것은 '고역'이나 다름없다.
예시로 84.1km를 1시간에 운행하는 천안-서울경부 간 고속버스와 75여km를 평균 4시간 16분 동안 달리며 시흥대교에서 도봉산역을 왕복하는 150번 시내버스를 비교해보자. 서울경부-천안 간 고속버스의 경우 5개 정도에 불과한 '신호등'을 지난다. 그에 반해 150번의 경우 120여 개에 달하는 정류소에 '정차'한다. 지나치는 신호등의 수는 이보다 더욱 많으니, '고난의 운행'인 셈.
기사들의 고충은 막중하다. 회차지가 서울 외곽에 있어 잠시 눈을 붙이거나 재정비를 하고 나올 수도 있지만, '탕수'를 맞추기에는 역부족이라 눈코 뜰 새 없이 바로 돌아 나오는 것이 현실. 운행 기간이 길수록 버스회사도 정비가 어려워지고, 서울특별시 역시 장거리 시내버스가 많을 경우 배차시간을 맞추지 못하는 등의 이유로 시민들의 민원 제기가 늘어나 관리에 어려움을 겪는다.
이에 따라 서울특별시와 버스회사 측에서는 장거리 노선을 최대한 축소하려고 하는 것이다. 더욱이 대체할 만한 도시철도 노선이 많이 생겨났고, 많은 시민들이 시내버스 대신 지하철을 장거리 이동에 이용한다는 점에서 이들 장거리 노선을 축소, 단축할 당위성이 있어 보인다. 다만 이런 좋은 '대책'에 격한 반발이 전방위로 터져 나오는 이유는 무엇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