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주 금사정의 동백나무. 무수히 많은 꽃망울을 달고 있다. 옛 선비들의 개혁정치를 향한 열망을 담고 있다.
이돈삼
먼저 찾은 곳은 금사정이다. 전라남도 나주시 왕곡면 송죽리에 있다. 금사정은 '누정'보다 '동백나무'다. 누정의 건축미는 그다지 볼 것 없다. 관리도 제대로 되지 않고 있다. 동백나무의 품세도 위풍당당하지도 않다. 나무에 스민 정신이 남다르다.
기묘사화로 피바람이 몰아치던 조선 중종 때의 일이다. 개혁정치를 꿈꿨던 정암 조광조가 전라도 화순 능주로 유배된다. 정암을 따르던 유생 200여 명이 죽음을 무릅쓰고 정암의 구명을 요구하는 상소를 올린다.
그럼에도 조광조가 능주에서 사약을 받고 죽자, 뜻을 이루지 못한 유생들 가운데 일부가 한데 모인다. 임붕, 나일손, 정문손, 김식, 진이손, 김인복 등 11명이 개혁정치의 꿈을 접고 나주로 내려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