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동 우성 1차 아파트 입주자 대표 이윤표씨가 인터뷰 과정에서 공개한 아파트 관리비 명세서들. 아파트에 통합 배관 방식을 적용한 후 관리비를 20만원 가량 절약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정환
이 명세서를 공개한 이윤표(63·남) 입주자 대표로부터 지난 7일 그 이야기를 직접 들어봤다. 처음에는 단순한 이야기로 들렸다. 배관을 싹 뜯어고친 결과였다. 하지만 어떻게 싹 뜯어고쳤는지, 그 이야기가 자못 흥미로웠다.
우리나라 아파트는 4배관 방식을 택하고 있다. 방을 따뜻하게 만드는 난방용 배관, 따뜻한 물이 나오도록 하는 온수용 배관을 분리하고 있다. 그래서 필요한 배관 숫자는 4개다. 하지만 우성아파트는 이 숫자를 2개로 줄였다. 난방용 배관, 온수용 배관 구분 없이 하나의 배관으로 통일했다. 각 가정에 공급되는 열원을 이용해 온수를 만드는 방식을 택했으니 따로 따로 배관이 필요 없다.
이 과정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장치가 '퓨어화(Pure-HWA)'라 불리는 가정용 열교환기다. 이 장치가 배관을 타고 흐르는 열원을 이용해 각 가정에 온수가 나오도록 한다. 그러니까 기존 방식이 "기전실에 있는 열교환기가 물을 끓여 각 가정으로 쏴 주는 것"이라면, 그 기능을 각 가정에서 알아서, 개별적으로,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이를 통합 배관 방식이라고 한다. 4배관을 2배관으로 줄여 그런 이름이 붙여졌는지는 모르겠지만, 소비자 측면에서 명명한다면 '개별 이용 배관 방식'이다. 국내에서는, 상업적으로는 최초로 우성 1차 아파트가 2014년 선택한 방식이다. 그러니 그 선택이 쉬웠을 리 없다. 주민들 사이에 진통 또한 없었을 수 없다.
이 대표도 인정했다. "주민들 사이에 이견이 있었지만, 동 대표들과 함께 앞서 시공된 현장을 방문해 견학하고, 설명회를 갖고, 설문조사를 거쳤다"고 했다. 그리고 주민들이 합의에 이를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 이 대표는 "적어도 이 문제를 빨리 해결해야 한다는 데 주민들이 공감했기 때문"이라고 했다.
"배관이 썩어 시뻘건 물이 나오는" 상황이었다고 했다. 당장 고쳐 써야 하니 장기수선충당금을 계속 "까먹을 수밖에" 없었고, 또 그대로 놔둬서는 아파트 값 떨어지는 것도 불 보듯 뻔한 일이었다. 이 절박한 문제의 당사자도, 해결의 당사자도 결국 주민 스스로가 돼야 했다.
가장 큰 장점 "공평하고 정의로운 계산 방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