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타2 엔진세타 2엔진 (좌: GDI, 우: Turbo-GDI)
더드라이브
현대기아차는 이번 리콜 사유를 '엔진 제조공정에서 발생한 이물질이 베어링 등에 손상을 입혀 주행 중 시동 꺼짐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발표했다. 하지만 김 전 부장은 "주행 중 시동 꺼짐과 엔진 파손은 이물질 때문이 아니라, 애초에 GDI 엔진의 설계가 잘못됐기 때문"이라며 "세타2 GDI 엔진을 장착한 차량 전체를 리콜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문제의 핵심은 엔진의 구조적 결함인데 현대차의 주력 엔진이 MPI에서 GDI로 바뀌면서 폭발력이 기존보다 66%(163마력→271마력) 이상 세졌다. 하지만 이를 엔진 설계에 반영하지 않고 MPI 때의 약한 부품을 그대로 사용하면서 결국 출력을 감당하지 못한 부품에서 변형이 일어나 문제가 발생했다. MPI 때는 이런 일이 없었다는 것이 단적인 증거다." 세타2 엔진, 미국에서 보고된 사고만 1000건 넘어 그는 구체적으로 이렇게 설명했다.
"MPI에서 GDI로 가면서 콘로드 베어링과 부품이 허용 강도에 미달했다. 2015년 9월 미국 리콜을 앞두고 현대차의 내부 분석은 '베어링 강성이 약하고 소결(고체 가루를 밀착시켜 만든 금속)품으로 제작된 콘로드의 인장강도가 GDI의 출력을 견딜 만큼 강하지 못해 엔진이 문제를 일으킨 것'이었다. 콘로드가 강하면 베어링이 소착(눌어붙는 현상) 돼도 거기서 끝나는데(과거 MPI 엔진처럼) GDI는 출력이 세서 가장 약한 부분인 콘로드 중간이 부러져 엔진블록을 깨고 나오는 것이다. 미국에서 이것으로 추정되는 사고가 10건 이상 보고됐고, 고속도로에서 시동이 꺼진 것은 1000건이 넘는다."
그는 깨진 엔진블록 사이로 엔진오일이 흘러나와 배기 쪽으로 옮겨붙어 불이 나는데, 2015년 6월 미국에서 발생한 2건의 화재를 미국정부가 조사하기 시작하니까 바로 자발적 리콜을 결정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현대차는 왜 이런 엔진의 구조적 결함을 알면서도 감추고 '이물질에 의한 베어링 손상 때문'이라고 주장하는 것일까. 김 전 부장은 이 문제의 핵심은 '비용'이라고 했다.
"2015년 9월 미국에서 리콜을 시작하기 전에 회사 내부적으로 원인과 과정에 대한 조사를 벌였고, 7~8월에 리콜에 대한 최종 보고서를 작성했다. 당시 보고서에서 가장 큰 원인으로 구조적인 결함을 지적했다. 나도 그 회의에 참석해서 잘 안다. 하지만 최종 발표에서 리콜 이유가 바뀌었다. 구조적인 결함이 아니라 앨라배마 공장의 청정도 문제 때문에 크랭크샤프트의 금속 잔여물이 생겼고 이로 인한 엔진에 문제가 발생한 것이라고 했다." 5조원 리콜 비용 2500억원으로 해결그럼 현대차는 왜 최종 보고서와 다른 리콜 사유를 미국에서 발표했을까 궁금했다.
"문제는 비용이다. 당시 우리가 계산한 리콜 비용은 차량 1대당 200만 원 정도였다. 대상 차량이 47만 대였으니까 약 9400억 원이다. 만약 엔진의 구조적 결함에 의한 강제적 리콜이라면 47만 대를 모두 리콜해야 한다. 하지만 이물질에 의한 자발적 리콜은 현대차가 대상 차를 검사해 일부만 리콜하면 된다. 당시 2~5% 정도 리콜한 것으로 안다. 넉넉잡아 5%라고 해도 470억이면 해결이 가능한 것이다. 회사 입장에서는 8930억 원을 절약한 셈이다." 김 전 부장은 이번 국내 17만 대와 북미 130만 대의 리콜도 비슷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간단하게 말해서 지금까지 북미와 국내에서 팔린 문제의 세타2 엔진 차량이 약 250만 대 정도라면 엔진 결함을 인정했을 때 리콜 비용은 모두 5조 원이다. 반면 이물질에 의한 결함이라고 우겨서 선별적으로 리콜하면 미국의 예처럼 5%로 계산해도 2500억 원이면 해결된다. 그만큼 비용을 절약할 수 있는 것이다. 이번에 국내 17만 대 리콜도 생색내기용으로 몇 대 선별해 리콜해주고 끝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