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강엔 독이 가득하다. 녹조는 독이다. 마이크로시스틴이라는 맹독성 물질이 들어있다. 그 독이 금강을 점령했다. 물고기조차 살 수 없는 강은 강이 아니다. 늪이다. 악취가 풍긴다. 금강이 쑥대밭 됐다. '젖과 꿀이 흐르는 4대강을 만들겠다'던 이명박 전 대통령이 거짓말을 했다. '4대강 청문회' 열자.
정대희
저는 오늘(9일) '이명박 4대강'에 대한 분노와 안타까운 마음을 안고 미국행 비행기를 탑니다. 작년 8~9월 '4대강 청문회를 열자' 탐사보도 특별 취재 과정에서 후원자들과 독자들에게 약속한 일이기도 합니다. 세계 최대 댐 보유국 중 하나인 미국은 무슨 이유 때문에 지난 30년간 1000여 개의 댐을 부쉈는지, 그 이유를 알고 싶었습니다. 그게 대안이라는 걸 전하고 싶었습니다.
대선 이슈가 초미의 관심사인 시기에 4대강 문제가 관심을 끌 수 있을까? 사실 이런 고민도 했습니다. 모처럼 미국까지 가서 해외 취재를 하는 데 다른 이슈에 묻혀 빛을 보지 않을까, 우려했습니다. 잠깐 머뭇거렸지만 결론은 '그래도 가자'였습니다. 대선 때이기에 더욱 더 4대강 문제를 부각해야 한다는 의무감까지 들었습니다.
4대강 사업은 이명박 전 대통령의 오만이 부른 권력형 참사였습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4대강에서 시시각각 참사가 벌어지는 데 이를 방조했습니다. 매년 수천억 원의 세금을 쏟아 부으면서 이 전 대통령이 4대강에 세운 오만의 금자탑 16개 댐을 유지시켰습니다. 박근혜를 탄핵한 촛불은 적폐 청산을 명령하고 있는 데, 4대강 사업은 적폐 청산 1호라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입니다. 대선에 나선 후보는 국민들에게 약속해야 합니다. 수문을 열거나 댐을 해체하겠다고 다짐해야 합니다. 반드시 4대강 청문회나 국정 조사를 열어서 이명박 전 대통령을 심판대에 세워야 합니다. 그에 부역해서 승승장구했거나, 관료 등에게 흥청망청 나눠준 훈포상을 거둬들여야 한다고 공약해야 합니다. 집권 초기에 4대강 청산을 완료하겠다고 말해야 합니다.
미국에서 4대강의 희망을...저는 지난 8년간 금강에 출근하면서 기록해왔습니다. 죽어가는 4대강을 기사를 통해 고발해왔습니다. 수풀 속에 들어갔다가 뱀에 물리고 벌에 쏘이기도 했습니다. 죽은 물고기들이 꿈에 나타나고, 온 몸에서 시궁창 냄새가 나는 것 같아서 정신과 치료도 받았습니다. 삽자루를 휘두르며 달려드는 4대강 공사장 인부들에게 두드려 맞기도 했습니다. 공무원들의 폭언과 협박도 다반사였습니다.
하지만 오늘(9일) 미국으로 떠나는 발걸음이 그 어느 때보다 가볍습니다. 다시 살아난 강, 댐을 해체한 미국의 엘와강에서 수문을 열거나 해체한 금강의 모습을 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오는 2020년까지 4개 댐을 동시에 철거하는 결정을 내린 클라마스강에서 4대강 16개의 댐이 동시에 해체되는 희망을 볼 수 있습니다. 4대강 부역자들은 22조 원을 들여서 만든 댐을 용도 폐기하는 게 능사가 아니라고 주장하지만, 그게 바로 경제적 대안이라는 것을 보여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저 혼자만 떠나는 게 아닙니다. 몇 년 전부터 4대강을 함께 취재해왔던 오마이뉴스 시민기자인 '4대강 독립군'들과 떠납니다. 이들은 아무도 찾지 않는 4대강 현장을 지키면서 묵묵히 언론으로서의 역할을 해왔던 기자들입니다. 기성 언론과 국민들을 대신해 매년 수천억 원씩 4대강에 세금을 수장시키는 현장을 고발해왔던 시민들입니다. 성원하고 후원해 주시기 바랍니다.
갈아엎는 달 4월, 털 빠진 너구리와 같은 4대강에 새 희망을 몰고 오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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