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UM에서 스토리펀딩을 하고 있는 지역 출판사들
김용만
마침 지역출판사들이 2017년 5월 25일부터 29일까지 제주 한라도서관에서 <2017제주한국지역도서전>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관련 펀딩을 다음 스토리펀딩(storyfunding)에서 진행중입니다. 이 책에는 지역출판사의 어두운 면만 적혀 있지 않습니다. '편집일기'라고 해서 산지니 직원들의 업무 관련 에피소드도 재미있게 소개되어 있습니다.
저자 : "오후에 책을 받았는데 너무 잘 나왔습니다. 표지 색감도 좋고 아주 마음에 듭니다. 감사합니다."
출판사 : "네, 마음에 드신다니 정말 다행입니다. 그럼...."
그런데 며칠 뒤에 걸려온 한 통의 전화, 무슨 일일까. 왠지 불길한 느낌이 들었다.
저자 : "지금 책 들고 계시면 146쪽 한번 펴보시겠어요?"
출판사 : "네, 잠깐만요. 혹시 책에 무슨 문제라도."
저자 : "146쪽 다음 몇 쪽이지요?"
출판사 : "146쪽 다음에 149쪽이 나오네요. 헉! 우째 이런 일이..."페이지가 뒤바뀌다니, 말로만 듣던 제본 사고였다. 정합이 잘못된 것이다. 심장이 벌렁거렸다. 제본소 사장님께 전화했더니 제본 과정에서 실수가 생긴 것 같다고, 책을 모두 수거해 보내주면 표 안나게 수술해서 다시 보내주겠다고 한다. 수술한 책을 저자에게 다시 보낸 며칠 후 또 한통의 전화가 걸려왔다.저자 : "어쩜 이렇게 감쪽같지요? 정말 표가 하나도 안 나네요."
출판사 : "네. 아무래도 전문가들이다 보니, 잘 고쳐져서 다행입니다."(권문경. 2010)관련 글을 썼을 때는 과거의 에피소드로 적었겠지만 당시에는 얼마나 당황하셨을까요? 저는 사실 책은 완벽한 작품이라고 생각했기에 이런 실수를 상상해 본 적이 없었습니다. 산지니출판사에 왠지 모를 정감이 느껴졌습니다.
이 외에도 EBS휴먼다큐 <인생 후반전> 촬영기, 대학생들의 영화 촬영 장소로 출판사를 대여한 이야기, 히로시마의 독자로부터 온 편지, 출판학회 학술대회에서 지역출판에 대하여 발표한 일 등 다양한 사건들이 소개되어 있습니다. 모든 이야기가 마치 옆집 청년의 일을 직접 듣는 것처럼 생생하고 재미있습니다.
책의 마지막 파트는 책을 매개로 저자와 독자가 직접 만나서 소통하는 사례들을 소개합니다. 실제로 2015년의 경우 산지니는 지역에 있는 인문학 카페에서 매달 저자와 독자가 만나는 시간을 정기적으로 가지고 있다고 합니다. 산지니 출판사 관계자분과 통화해 보니 2017년에도 4월 29일 <生을 버티게 하는 문장들>의 저자인 박두규님과 만남 등 저자와의 만남을 지금도 계속하고 있다고 합니다.
지역에서 살아남기 힘든 세상입니다. 더욱이 인터넷과 교통의 발달로 서울 집중화가 심화되는 상황에서 지역 출판사와 지역서점이 살아남기가 더욱 힘들어지고 있습니다. 5천만 인구 중 2천만이 서울과 수도권에 살고 있고 대기업 본사들도 서울에 집중해 있습니다. 대형출판사들도 수도권에 밀집되어 있습니다. 표준어만이 올바른 말이라며 방언도 사라질 처지입니다. 지역의 다채로움이 점차 사라지는 서울로만의 집중화는 심히 우려됩니다.
사람 사는 모든 곳이 소중합니다. 지역에 사는 사람들의 삶도 의미 있습니다. 사람들의 다양한 이야기를 담기 위해서라도 지역 서점과 지역 출판사가 흥해야 합니다. 흥하진 않더라도 최소한 유지는 되어야 합니다. 출판업을 준비하시는 분들, 지역을 사랑하시는 분들, 책을 좋아하시는 분들이 읽으시면 재미와 함께 유익함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습니다. 모든 사람들의 삶은 소중합니다.
지역에서 행복하게 출판하기 - 부산 출판사 산지니의 10년 지역출판 생존기
강수걸 외 지음,
산지니,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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