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자 초상화
김기동
이런 상황에 직면한 공자는 하늘에 있는 초자연적인 뭔가가 세상을 올바르게 이끌어 간다는 생각을 의심하게 됩니다. 그래서 공자는 초자연적인 힘을 가진 하늘 신의 존재나 사람이 죽은 후에 영혼으로 변해 귀신으로 존재한다는 관념을 믿지 않게 됩니다.
공자는 제자가 귀신과 사후 세계에 관해 물었을 때, "사람의 일도 아직 잘 모르는데 귀신의 일을 어떻게 알겠느냐, 또 살아생전의 일도 아직 잘 모르는데 죽어서의 일을 어떻게 알겠냐"라고 답합니다.
그러니까 귀신이 있는지 없는지, 사후 세계가 있는지 없는지 모르겠다는 말입니다. 누구나 잘 모르는 일은 믿지 않습니다. 그래서 공자는 사람 사는 세상의 일은 사람이 해결해야 하고, 사람이 세상일을 해결하는 이데올로기로 '인'(仁)이라는 사상을 만들게 됩니다. 이런 공자의 사상은 오늘날의 시각으로 봤을 때도 상당히 합리적입니다. 세상에서 벌어지는 일은 사람이 해결해야지, 초자연적인 힘을 가진 하늘이나 신이 해결해주지 않습니다.
공자의 철저한 현실주의 사상을 2500년 동안 교육받은 중국사람은 매사에 현실적입니다. 중국사람은 하늘에 신이 있고, 사람이 죽어서 귀신이 된 후 생전에 착한 일을 많이 하면 극락이나 천당에 가고 나쁜 일을 많이 하면 지옥에 간다는 사실을 믿지 않습니다.
중국에서 초자연적인 신의 존재나 사람이 죽으면 귀신이 돼 극락이나 지옥에 간다는 종교는 대부분 실패했습니다. 1850년 중국에서 태평천국의 난을 일으킨 홍수전이라는 사람은 자신이 기독교 예수의 동생이라며, 기독교의 천국을 '현실'에서 이루겠다고 설파했습니다. 이래야만 사람이 모입니다.
현실적인 실재의 일에만 관심있는 중국사람의 행동 양식이나 사고방식은 공자의 현실주의 사상에서 연유합니다.
한국에서는 상대방이 도덕이나 윤리 상식에 벗어나는 생각이나 행동을 하려고 하면, '하늘이 보고 있다', '하늘이 무섭지도 않냐', '천벌을 받는다'라며 세상일은 결국 권선징악에 따라 결말이 나니 항상 하늘을 염두에 두고 미리 생각과 행동을 조심하라고 합니다.
그런데 공자는 세상일을 관장하는 '하늘'은 없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중국 말 '사람의 일은 하늘이 보고 있다', '사람의 일은 하늘에 달렸다'(人在做天在看)는 한국과는 다른 의미가 있습니다.
중국에서 '하늘이 보고 있다(人在做天在看)'는 상대방이 좋은 일을 했는데도 보상받지 못했을 경우, 또는 상대방이 나쁜 일을 했는데도 벌을 받지 않을 경우 즉 어떤 행동에 대한 결과가 상식과 벗어났을 때 그 결과를 수용하는 방법으로 사용됩니다.
한국에서처럼 미리 행동과 생각을 조심하라는 의미가 아니라, 이미 발생한 결과를 자신의 '운명'(運命)으로 받아들이는 의미가 있습니다.
불의는 참아도 불이익은 참지 않는다중국사람은 현실의 조건이나 상태를 그대로 인정하고, 그에 따라 생각하고 행동하기 때문에 우리나라 사람의 사고방식으로는 좀 심하다고 여겨지는 경우도 있습니다.
리니엔구(李年古)는 중국 후난성에서 태어나 중국 창사(長沙) 텔레비전 방송국 뉴스 부부장으로 일했습니다. 그후 1995년부터 일본 기업의 중국 현지 회사에서 근무하며, 일본기업 미쓰비시, 소니, 도시바, 히타치, 도요타 등에서 일본 기업인들에게 '중국매니지먼트'라는 주제로 강의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