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흰민들레 둘레로는 풀을 솎아 줍니다. 이러고서 씨앗을 심어요.
최종규
먹을거리를 얻겠다는 뜻으로 씨앗을 심어요. 다만 먹을거리를 그냥 얻을 마음은 아니에요. 더 많이 얻으려는 뜻이 아닌, 늘 즐거우면서 아름다운 살림이 되기를 바라면서 씨앗을 심어요.
그래서 저희 집에서는 땅에 비료나 농약을 쓰지 않습니다. 비늘을 씌우지도 않습니다. 밥찌꺼기하고 똥오줌을 땅한테 돌려줄 뿐입니다. 이밖에 다른 것을 더 주지 않으나, 저희가 우리 밭뙈기하고 씨앗한테 주는 것은 따로 있어요. 바로 우리 사랑을 주어요. 아이들은 밭뙈기이며 마당이며 신나게 넘낟들면서 뛰어노는 동안 웃음하고 노래하고 이야기를 씨앗한테 베풀어 줍니다. 저는 마당이나 뒤꼍 풀밭에 앉아서 책을 읽거나 글을 쓰면서 씨앗하고 함께 있습니다. 씨앗을 심은 자리 둘레로 풀이 우거지려 하면 알맞게 낫으로 베어 땅에 덮어 줍니다.
뿌리를 뽑지 않아요. 풀뿌리를 뽑으면 그만 흙이 갈 곳이나 힘을 잃거든요. 풀이 뽑힌 자리는 비가 조금만 내려도 흙이 쓸려요. 풀을 뽑지 않고 그대로 두거나 위쪽 줄기를 베어서 덮으면 비가 아무리 드세게 내려도 흙이 안 쓸립니다.
풀뿌리를 뽑지 않고 그대로 두면, 우리가 심은 씨앗은 다른 풀뿌리를 붙잡고 더욱 튼튼히 자랍니다. 다른 풀줄기를 잘 베어 땅바닥에 덮으면 햇볕이 아무리 뜨겁게 내리쬐어도 밭뙈기 흙이 안 말라요. 풀줄기는 마르면서 흙으로 돌아갈 뿐 아니라, 흙이 늘 촉촉하고 기름짇도록 북돋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