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일엔 돌아오렴>의 표지.
창비
2012년 대선에서는 절반 이상의 국민들이 모두 거기에 속아 넘어 갔습니다. 박근혜가 구치소 독방에서 꼭 읽었으면 하는 책으로 제일 먼저 생각난 것은 세월호 유가족들의 육성 기록을 담은 <금요일엔 돌아오렴>입니다.
세월호 참사는 박근혜의 한계를 명명백백하게 드러낸 사건이었습니다. 정상적인 상식을 갖춘 사람이라면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일들이 너무 많이, 한꺼번에 일어났기 때문입니다.
구조를 지휘하기는커녕 늑장을 부렸던 해경, 사고 수습 의지가 전혀 보이지 않는 진정성 없는 정부의 사후 대응, 원인 규명 노력에 대한 정권 차원의 지속적인 방해. 이 모든 것들이 유가족들은 물론이고 대다수 국민에게 심각한 트라우마를 안겨 주었습니다.
어떤 사람들은 이렇게 이야기할 것입니다. 우리나라 재난 대응 시스템의 문제인 것을 어째서 개인에게 뒤집어 씌우느냐고. 심지어 최고 사법기관인 헌법재판소마저도 박근혜가 국민의 생명 보호 의무를 내팽개친 것은 아니라고 판결하지 않았느냐고.
그러나 세월호 사고 직후부터 침몰까지 약 100분간의 일들을 다시 확인해 보면, 우리의 초기 대응 시스템과 피해자 구조를 위한 시민들의 노력은 충분히 괜찮은 수준이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침몰 직전까지 민간 선박 50여척, 구조 헬기 3대, 항공기 1대가 사고 해역에서 대기하고 있었습니다. 구조를 담당하는 해경도 사고 신고를 받고 곧 도착했습니다. 만약 퇴선 지시만 제대로 내려졌다면, 10분 내에 승객 전원을 완전히 구조할 수 있었을 것이라는 시뮬레이션 결과도 있지요.
왜 이런 일이 벌어지게 됐는지 여러가지 설이 있지만, 저는 기본적으로 한 시간 넘게 머리를 매만져야 공식석상에 나올 수 있는 박근혜에게 책임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신속한 의사결정이 이뤄졌어야 할 급박한 순간에도 최고 결정권자가 한가롭게 서면 보고나 받고 있었으니, 참사는 불 보듯 뻔한 일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나아가 이것은 한 나라의 대통령을 무능력자로 길들여버린 최순실과 문고리 3인방 그리고 비선 실세에 대한 국정 농단을 눈감아 준 비서실장 김기춘 등이 연대해서 책임져야 할 사안이라고 생각합니다.
<금요일엔 돌아오렴>에는 박근혜가 평생 동안 잘 겪어보지 못했을 애정 넘치는 가족들의 일상사가 있습니다. 비극의 한복판에서 뒤늦게 세상 돌아가는 원리를 깨달았다며 가슴을 치는 가장의 비애, 그리고 돌아오지 않는 아들로부터 전화를 기다리는 어머니의 슬픔도 깃들어 있습니다.
'수인번호 503번' 박근혜 전 대통령은 이 책을 꼭 읽어야 합니다. 그래서 자신의 무책임과 무능력이 아무 죄 없는 사람들을 이렇게나 큰 슬픔의 구렁텅이에 빠뜨렸다는 사실을 깨달아야 합니다. 자신의 잘못된 판단으로 누군가의 사소한 삶의 기쁨과 장래의 희망과 애틋한 사랑의 감정을 한순간에 앗아가 버렸다는 사실을, 누구보다도 똑똑히 기억해야 합니다.
그런 다음, 세월호 유가족들을 비롯하여 그가 이때껏 상처 입혔던 모든 이들에게 진심으로 사죄하길 바랍니다. 지금 자신의 무죄를 주장하며 유영하 변호사를 만나고, 주말에도 구치소장을 만나 하소연 할 때가 아닙니다.
정 책 읽는 것이 싫다면, 이 책의 일부 내용을 문화 예술인들과 유가족들이 재능 기부로 낭송해서 만든 오디오북도 있으니 그것을 들으면 됩니다. 전국 공공도서관에 CD로 비치돼 있으니, 접견 가능 지인으로 등록된 윤전추 행정관을 통해 빌려 들으시면 좋겠습니다. 부디, 꼭 읽기를 바랍니다.
금요일엔 돌아오렴 - 240일간의 세월호 유가족 육성기록
416 세월호 참사 기록위원회 작가기록단 엮음,
창비, 2015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탈자 신고
댓글7
영화와 책에 관심 많은 영화인. 두 아이의 아빠. 주말 핫케익 담당.
오마이뉴스 편집기자. <이런 제목 어때요?> <아직은 좋아서 하는 편집> 저자, <이런 질문, 해도 되나요?> 공저, 그림책 에세이 <짬짬이 육아> 저자.
기사를 스크랩했습니다.
스크랩 페이지로 이동 하시겠습니까?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