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인력소의 5분 테이블"
청년인력소
프로그램은 돌아가며 간단히 자기소개를 하는 '5분 테이블'과 미리 신청한 참여자의 공연 시간, 자유롭게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으로 이루어진다. 참여자들의 성향에 따라 매번 모임은 다른 성격을 가진다. 두 번째 모임에서는 영상 관련 활동을 하는 참가자들과, 자신의 활동을 영상기록으로 남기고 싶은 참여자들이 모여 서로의 정보를 공유하고 일자리와 인력을 찾는 활동이 활발했다. 참여자들은 즉석에서 욕으로 캘리그라피를 하고, 행위 예술을 하는 등의 '욕 전시'를 기획하기도 했다. 세 번째 모임은 음악 활동을 하는 참가자가 많이 모여 뒤풀이 내내 기타를 치고 노래하며 콘서트장을 방불케 했다. 4월에 있을 다음 모임은 락캠프 근처 공원에서 봄 소풍으로 진행될 예정이다.
청년들이 필요에 따라 자발적으로 만든 모임인 만큼, 청년들의 입장을 고려한 섬세한 배려도 눈에 띄었다. 입구에서 적는 참여자 인적사항에는 '이름'과 '오늘 기분' 두 가지 항목만 있었다. 소속이 없거나 활동 분야가 다양해 인적사항을 적기 곤란했던 청년들을 배려한 것이다. 또한 참여자 등록을 마친 뒤 뽑기를 통해 앉을 자리를 정한다. 친한 참여자들끼리 함께 앉는 것을 방지해 혼자 오는 참여자를 배려하고, 새로운 청년들을 더 많이 만날 수 있게 하는 것이다.
인천과 서울, 부천 등에서 활동하는 싱어송라이터 강헌구씨는 "음악을 전공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같이 작업할 친구를 찾기가 어렵다. 서로에게 영감을 주고받으며 시너지를 낼 친구를 찾으러 왔다"고 말했다. 친구를 찾기 어려운 데도 불구하고 계속해서 인천에서 활동을 이어가려는 이유에 대해서는 "나고 자란 동네에서 친구들과 음악을 하고 싶다. 비틀즈도 리버풀의 작은 동네 펍에서 친구 네 명이 모여 활동하다가 전 세계에서 활동하는 밴드가 된 것"이라며 "지역에서 기반을 쌓고 메이저로 진출할 수 있도록 지역에도 좀 더 다양한 음악, 예술활동의 근거지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서울 혁신파크에 위치한 사회적기업에서 문화기획자로 활동하고 있는 여은미씨는 "집은 인천이지만 서울에서 일을 하다 보니 인천이라는 지역에 대한 애착이 없었다. 서울에는 청년들이 모일 공간이 많기 때문에 자주 마주치고 자연스레 네트워크가 생긴다. 인천에서도 많은 청년을 만나고 활동을 해보고 싶었는데, 마침 페이스북에서 청년인력소에 대한 홍보를 발견해서 찾아왔다"고 말했다.
소파사운즈 인천에서 공연기획을 하고 있는 홍성현씨는 '초, 중, 고, 대학교를 모두 인천에서 나왔기 때문에 모든 인적 네트워크가 인천에 있다. 인천에서 문화기획을 하고 싶지만 인천은 서울에 비해 문화기획에 대한 수요도 제도적 장치도 부족하다"고 말하면서 "실제로 현장에서 렌트하는 데 백만 원이 든다고 하면 업체와 입을 맞춰서 백이십만 원으로 간이영수증을 끊고, 이십만 원을 챙기는 식으로 기획비를 챙기는 모습을 많이 목격한다. 문화기획을 하는 데 필요한 것은 돈이다. 열정과 응원과 격려로는 부족하다. 어른들은 꿈이 밥 먹여주느냐고 말한다. 꿈이 있으면 세 끼 먹을 걸 두 끼만 먹고, 두 끼 먹을 걸 한 끼만 먹어도 버틸 수 있다. 하지만 아예 먹지 않고 살 수는 없다. 밥을 먹어야 꿈을 꾼다. 인천시가 시장개입을 통해 인천 문화기획의 수요와 공급이 서울로 새지 않도록 해야 한다"며 지역의 문화기획이 가지는 문제점을 지적했다.
청년 시절이 가기 전에 진한 족적을 남기고 '우주의 아이돌'이 되고 싶어 청년인력소를 기획, 운영하고 있는 정예지씨는 "기관의 지원을 받으려면 절차가 복잡하고 입맛을 맞춰야 하는 게 싫어 일단 저질렀다. 하지만 참가비로만 운영하기에는 재정에 어려움이 따른다. 커피지원, 주류지원, 공간지원 등 청년인력소의 본질을 해치지 않는 선에서 작은 부분부터 지원받는 방법을 생각 중이다"라고 밝혔다. 청년인력소는 지금 '쓰실 분'을 찾고 있다. '하실 분'에 해당하는 청년들은 많이 모였기 때문에 '쓰실 분'들을 더 많이 찾고 연계하여 참여자 모두가 원하는 일을 할 수 있도록 힘쓸 예정이다.
포털사이트 다음을 북마크에 등록하면 '모으다 잇다 흔들다'라는 슬로건이 보인다. 인천 청년들이 만들어온 길, 그리고 앞으로 가야 할 길을 보여주는 가장 좋은 슬로건이 아닐까. 1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모이기조차 어렵다고 호소했던 인천 청년들은 지금 스스로 모임을 조직하고, 필요에 따라 친구를 찾아 서로를 이어가고 있다. 모이고 이어진 인천 청년들에게는 이제 흔들 일만 남았다. 어른들이 만들어 놓은 판을 뒤흔들어 청년들의 목소리를 담은, 청년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되는 정책을 마련하고, 그 위에서 마음껏 역량을 펼치며 뛰어다닐 인천 청년들의 모습을 기대한다.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탈자 신고
기사를 스크랩했습니다.
스크랩 페이지로 이동 하시겠습니까?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