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르고스 대성당산타마리아 대성당이라고도 불린다
임충만
스페인 영웅 엘시드의 고향, 부르고스종원 : 어디쯤이야?~충만 : 우리 두 시간 정도 걸으면 도착해 지금 리오 삐고야종원 : 응 나 도시 구경하고 있을게 도착할 때쯤 카톡해점심식사가 끝난 후 우리는 종원이가 기다리고 있는 부르고스로 향하고 있었다. 지금부터 부르고스까지 가는 길은 경사는 크게 차이가 없고 걷기 쉬운 길이었지만 공업단지를 지나쳐야 했다. 탁 트이고 맑은 하늘을 보면서 걷다가 공장지대에 다다르니 소음이 심했다. 아스팔트를 따라 걷기만 하는 구간이라 길을 잃을 염려는 적지만 순례길과는 이질감이 드는 길이다.
부르고스는 순례자 이외에도 많은 스페인 사람들의 사랑을 받는 도시인데 바로 스페인의 영웅인 엘시드의 고향이 부르고스이기 때문이다. 부르고스대성당에는 그의 관이 있고 그의 동상을 시내에서 볼 수 있다고 한다. 그리고 스페인어 수업에서 빠지지 않는 '엘시드의 노래'로도 유명하다. 나 또한 대학에서 스페인 수업에서 엘시드에 대한 이야기를 자주 들어서 부르고스를 꼭 한 번 가보고 싶었다.
부르고스 도시 초입에 들어서니 부르고스라고 쓰여있는 간판이 반가웠다. 17만 명이 넘게 사는 큰 도시라 시내 중심부까지 가는데도 대략 한 시간 정도가 걸렸다. 해인이는 걷다가 버스 정류장을 보고 도저히 안 되겠다며 오빠들을 뒤로 한 채 버스를 타고 부르고스 시내로 향했다. 우리가 부르고스에 도착하고 다시 만나기로 했다.
알베르게를 찾아가니 길에서 만난 반가운 얼굴들을 많이 볼 수 있었다. 그중 가장 반가운 사람은 며칠 전 따로 걸어 먼저 부르고스에 도착한 종원이었다.
종원 : 형 ~보고 싶었어 ~ 충만 : 너 없으니까 정말 심심해 알베르게는 어떻게 했어?종원 : 사정 말하고 공립 알베르게에서 하룻밤 더 잤어 한 알베르게에서는 하루 숙박이 가능하고 이틀 이상은 불가능하다. '크레덴시알'이라는 순례자 여권이 있어야만 숙박이 가능하며 다음 날 아침 8시 전에는 떠나야 하는 것이 일반적인 룰이다. 하지만 어쩔 수 없이 특별한 사정이 있어서 하루 더 머물러야 한다면 알베르게 관리자한테 사정을 설명하고 부탁하면 하루 더 머무를 수도 있다.
대도시에는 각종 시설이 많기 때문에 많은 순례자들이 호텔에 묵으며 그동안 몰린 피로를 풀기도 한다. 특히나 계속 다른 순례자들과 시설을 같이 쓰는 알베르게가 불편한 이들은 혼자만의 시간을 갖기 위해 호텔에 묵기도 한다. 하지만 부르고스 공립 알베르게는 규모도 크고 시설도 깔끔해서 많은 순례자들이 굳이 호텔이나 사립 알베르게에 가지 않아도 될 정도였다.
종원이와 인사하고 각자 짐을 풀고 따뜻한 물로 샤워하고 밀린 빨래도 했다. 여름 같은 경우 햇빛이 뜨겁기 때문에 빨래가 잘 말라 매일 빨래해서 말리면 된다. 하지만 지금 철은 날씨 변덕이 심해서 그렇게는 못했고 빨랫감을 모아서 한꺼번에 세탁을 돌리곤 했다. 주로 가격은 세탁 3유로, 건조 3유로였는데 우리는 서로 빨랫감을 모으고 비용을 나눠 경비를 절약할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