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가 목포신항에 정박한지 2일쨰인 1일 오전 전남 목포 목포신항 정문 앞에서 세월호 유가족들이 황교안 총리와 면담을 요구하고 있다.
이희훈
목포신항을 찾은 대통령 권한대행 황교안 국무총리가 세월호 희생자 유가족을 만나겠다 해놓고 별다른 설명 없이 현장을 떠나버렸다. 약 한 시간을 차가운 바닥에서 농성하며 황 총리를 기다린 유가족들은 분노하며 "황교활이다"라고 외쳤다.
황 총리는 1일 오전 9시 목포신항을 찾았다. 세월호 접안 현장을 방문하는 계획이었다. 이 일정에 세월호 유가족과의 만남은 없었다. 세월호 유가족들은 황교안 대행이 목포신항에 온다는 사실을 이날 아침에서야 알았다.
찾아오지 않는 황 대행을 만나기 위해 유가족 20여 명은 오전 9시 18분쯤 황 총리가 목포신항을 떠날 때 경로로 예상되던 철재부두 정문 앞에 앉아 농성을 벌였다. 계절이 무색할 정도로 바닷바람이 차갑게 부는 와중에도 어머니 7명은 차가운 아스팔트 바닥에 앉아 '세월호 진상규명'이라 적힌 피켓을 들었다.
유가족 대표로 발언을 시작한 2-3반 유예은 어머니 박은희씨는 "3년을 기다렸다. 그런데 그 근처에도 못 가게 한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이어 박씨는 "세월호를 보는 건 우리도 어렵다"라며 말을 잠시 잇지 못하다가 "늦었지만 우리 아이들이 왜 죽었는지 밝혀야 한다"고 말했다. 갈라진 목소리는 쇳소리처럼 들렸지만 단호했다.
박씨가 "아이들 이름 불러봅시다"라며 "예은아"라고 외치자 유가족들도 각자 아이의 이름을 부르며 흐느꼈다. 박씨의 눈에도 눈물이 맺혔다.
유가족들이 농성을 계속하는 사이, 황 총리는 접안 현장을 방문한 뒤 미수습자 가족들을 만났다. 미수습자 가족들과 만난 자리에서 황 총리는 "9명의 미수습자가 모두 가족의 품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세월호 선체는 물론 사고해역과 그 주변에 대해 신속하고 철저한 수색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황 총리는 세월호를 싣고 있는 반잠수식 선박이 접안해 있는 현장으로 가 하역·육상거치 작업에 대한 보고를 받고 세월호 선체를 둘러봤다. 같은 시간 유가족들은 여전히 항만 정문 앞을 지키고 있었다.
10시 1분쯤 경비 책임자라고 주장하는 사람이 찾아와 "말씀을 좀 정돈되게 하시게 몇 분만 와서 하자"며 "그 다음에 (황 총리의) 일정이 있으니까 가시게끔 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어 "떠들지 마시고 이야기 좀 하시게요"라고도 했다.
가족들은 이에 강력하게 항의했다. 상대방을 무시하듯 '떠들지 말라'고 한 말이 세월호 가족들을 격분시킨 것이다. 현장의 경비책임자가 바로 "말 잘못 했습니다"라고 사과하고 나섰다.
경비책임자가 떠난 뒤 유가족들은 가족 대표를 선정하고 황 총리에 전할 메시지를 정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약 3분 뒤 황교안 대행이 목포신항을 떠났다는 소식이 들렸다. 유가족들이 있는 정문을 피해 항만 남문으로 나간 것이다. 이 소식에 현장은 "나갔대?", "어디로"라는 말들이 오갔다.
황교안 만날 준비하다 뒤통수 맞은 세월호 유가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