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나방에 들어섰더니 학생 상담이 한창이었다.
윤근혁
카페에 들어섰다. 나무 내음이 가득했다. '케이팝'도 흘러나왔다. 고급스러운 조명이 은은한 분위기를 자아냈다. 올해 3월 2일 문을 연 '소나방'(소통과 나눔방)의 모습이다.
'교사와 학생' 눈높이 같게 만든 소나방
지난 3월 27일 오후 2시 40분쯤, 서울 녹천중 본관 오른편 끝에 있는 교실 한 칸 크기의 공간에 들어섰다. 이곳이 바로 소나방이다.
이 학교 3학년 한 학생이 담임교사와 상담을 하고 있었다. 탁자를 가운데 두고 앉아 있는 두 사람의 눈높이는 같았다. 여전히 음악이 흘러나왔다.
일반 학교에서 잘못한 학생이 가장 가기 싫어하는 곳이 교무실이다. 교사 옆에 서서 두 손을 모아야 하는 아이. 이를 쳐다보는 수십 개의 눈총. 학생 처지에서 보면 말 그대로 '망신살 뻗치는 일'이다. 교실도 마찬가지다. 교무실에서는 선생님들의 눈총을 받아야 하지만, 교실에서는 친구들의 눈길을 받아야 한다.
그런데 녹천중은 달랐다. 학생과 교사가 카페에서 만나 눈을 맞출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이른바 '마주 이야기'가 가능한 환경이 된 것이다.
학생과 20여 분간 대화를 나눈 담임교사가 자리에서 일어섰다. "학생과 상담이 잘 되었느냐"고 물어봤더니 다음과 같은 대답이 돌아왔다.
"분위기가 카페 같아서 마음을 열고 대화를 나눴어요. 말하기를 꺼리는 아이들도 여기에 오면 자연스럽게 입을 열어요."은은한 음악이 흘러나왔다. 이 학교 남정란 교감이 커피를 내려 컵에 담았다. 한 잔 마셔보니 원두커피였다. 남 교감은 말했다.
"학기 초 학부모 상담 기간에 많은 담임 선생님들이 이곳에서 학부모와 상담을 했어요. 한 학부모가 단톡방(단체 카카오톡방)에 소나방 사진을 올렸다고 해요. 그랬더니 벌써 입소문을 타고 카페에서 상담하겠다는 학부모들이 늘어났어요."남 교감은 "학부모 동아리 활동하시는 분들이 학교 앞 커피숍에서 모이셨는데 이제는 이곳에서 모임을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