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 한분이 Barrie Art Club, 그림 동호회로 들어가고 있다.
최정남
은퇴가 두려운 사회"할아버지, 제가 밀어드릴게요."
대학생 시절 동네에서 유모차를 끌며 폐지 줍는 노인을 보는 건 일상이었습니다. 재활용품으로 가득 차 젊은 사람에게조차 벅차 보이는 수레도 종종 보였습니다. 그리고 그 무거운 손수레를 끌고 오르막길로 향하는 모습이 그분의 고단한 삶과 겹쳐지기도 했습니다.
미디어를 통해 알게 된 이야기도 있습니다. 70대 노인이 배고픔에 못이겨 김치를 훔쳤다는 뉴스와 생활고에 내몰려 성매매에 나선 '박카스 할머니' 영화. 두 사건 모두 한국사회의 노년층이 처한 비극적인 상황을 말해주고 있었습니다.
노인빈곤율, 노인자살률 1위라는 불명예OECD 가입국 중 한국의 노인빈곤율(49.6%, OECD 평균 12.4%) 및 노인자살률 1위는 더 이상 새로운 뉴스가 아닙니다. 이제는 너무 익숙해져 무감각하게 느껴질 정도입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냥 쉬이 지나쳐선 안됩니다. 적절한 대책을 세우지 않으면 초고령화 사회와 함께 문제는 더 심각해질 것입니다.
같은 OECD 가입국인 캐나다는 어떨까요? 캐나다의 노인빈곤율은 6.2%로 한국의 1/8이고, 노인자살률 또한 10만명당 12명으로 한국(10만명 당 58.6명)의 약 1/5 수준입니다. 왜 이런 결과가 나올까요? 캐나다인보다 한국인이 특별히 더 게으르고 나태해서 이러한 불행한 미래가 있는 걸까요? 물론 그렇지 않습니다.
알린(Arlene)은 말합니다.
"은퇴한 후부터 연금을 받고 있어요. 생활을 유지하는데 크게 부족하지 않다보니 내가 원하는 여가활동을 하거나 이렇게 자원봉사도 할 수 있어요."이 말에 힌트가 있습니다. 캐나다 정부는 노령연금(OAS 최대 578.53CAD 약 50만원)과 국민연금(CPP) 이외에도 저소득층 노인을 위한 노령연금보조금(GIS), 배우자보조금(SPA), 미망인보조금(Survivor's Allowance)을 통해 은퇴한 노인이 빈곤층으로 떨어지는 걸 막습니다.
반면 한국의 기초노령연금 지급액은 최대 20만원입니다. 국민연금의 경우 월 평균 연금액이 36만 8천원(2016년 기준)으로 용돈연금이란 지적을 받고 있으며 이조차도 65세 이상 노인 중 38%만 수급대상입니다. 또한 빈곤층의 최저생활을 보장해야 할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는 부양의무제로 인해 노인층 상당수가 혜택을 보지 못합니다.
결국 한국의 사회보장∙사회복지 그물망이 촘촘하지 못한 탓에 사각지대에 빠진 노인이 빈곤층으로 떨어지는 것입니다.